제주도 한 달 살기 옛말…이젠 '호텔 한 달 살기'가 뜬다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호텔에서 6박 이상 장기 거주하는 것을 '호텔 롱스테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 호텔업계에 이런 롱스테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호캉스(호텔+바캉스), 워케이션(일+휴가·일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 형태) 등의 수요가 늘어났는데 이것이 기존의 '한 달 살기' 트렌드와 맞물려 호텔 롱스테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31일 호텔 롱스테이 플랫폼 '호텔에삶'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호텔에삶을 통한 롱스테이(최소 6박 이상)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7% 증가했다. 월간 활성 유저 수(MAU)도 162% 늘었다.
같은 기간 이용자 한 명당 평균 숙박일 수는 32일이었으며, 이용자들은 한 달 살기를 위해 평균 200만원을 썼다.
호텔 등급별 거래액을 살펴보면 3~4성급 호텔의 거래액이 가장 많았다.
호텔에삶은 라마다·노보텔·롯데시티·홀리데이인 등과 제휴를 맺고 3성급부터 5성급까지 다양한 호텔 롱스테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집을 둘러보듯이 호텔 입주 전 미리 호텔을 방문해 객실과 편의시설 등을 20분 내로 살펴보는 '호텔 투어' 등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호텔업계도 롱스테이 상품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드래곤시티가 대표적이다. 용산역 앞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에는 노보텔 앰배서더(5성급)·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5성급)·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5성급)·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4성급) 등 4개 호텔이 있다.
그간 서울드래곤시티 내 호텔 중 롱스테이 판매에 주력했던 호텔은 프리미엄 레지던스 호텔인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다.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의 6월 초 롱스테이(30박 이상) 숙박 증가율은 작년보다 70% 늘었다.
노보텔 앰배서더와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 12월 호텔에삶에 입점해 롱스테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드래곤시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내수 시장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롱스테이 판매 채널을 늘려야겠다는 판단이 있어 호텔들이 입점한 것 같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롱스테이 숙박객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아예 롱스테이 고객을 겨냥한 호텔들도 나왔다.
지난해 2월 오픈한 디어스 명동(111개 객실 규모)은 공유주방·세탁실·미팅룸 등 롱스테이 고객을 위한 전용 시설을 갖췄다. 또 롱스테이 전용 객실에는 개별 전자레인지와 업무용 데스크 등이 비치돼있으며 지인 초대 등도 가능하다.
이 호텔은 전체 숙박 비율 중 30박 이상의 롱스테이 고객 비중이 65%를 차지한다.
디어스 명동 관계자는 "기존의 호텔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코리빙(공유 주거)+호텔'의 장점들을 접목했다"며 "한 달 기준 140만~169만원 사이의 다양한 롱스테이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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