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전 주기도문 낭송 폐지하자" 호주 상원의장 주장 논란
무신론자 상원의장 "기도하고 싶지 않다"며 폐지 공식 논의 의사 밝혀
1901년 호주 의회 첫 개원 때부터 시작돼…폐지 주장 있었지만 번번이 막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상원의장이 국회에서 회의를 열기 전 주기도문을 낭송하는 의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호주 정계에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과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수 라인스 호주 상원 의장은 개의 전 의장이 주기도문을 낭송하는 것을 그만하고 싶다고 밝혔다.
호주 상원과 하원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 의장이 입장하면 모든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의장은 자리에 앉기 전 주기도문을 낭송한다. 의장의 주기도문이 끝나야 모두가 자리에 앉아 회의를 시작한다.
이는 호주 의회가 처음 시작된 190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무신론자인 라인스 상원 의장은 "거의 모든 의원은 의회 내 다양성을 지지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에 진정성이 있다면 회의를 시작하기 전 기독교식 기도를 하는 것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신론자이며 기도하고 싶지 않다"며 상원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당 노동당과 연정을 이룬 녹색당의 닉 맥킴 상원의원은 이 시간을 성찰의 시간이나 묵념의 시간으로 대체할 것인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인스 상원 의장의 주장이 나오자 야당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자유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사이먼 버밍엄은 오래된 전통인 만큼 이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통은 자신을 반성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며 "신앙이 없는 사람은 (기도하지 않고)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전통을 없애기보다는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맥그래스 자유당 상원의원은 "좌파들은 항상 우리의 전통을 버리려 한다"고 비난했다.
여당인 노동당 내부에서도 라인스 상원 의장의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주 외교부 장관이자 노동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페니 웡 상원의원은 돈 패럴 상원 원내 부대표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개회 때마다 기도문 낭송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인 밀턴 딕 하원의장도 하원에서는 주기도문 낭송을 취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소속 밥 캐터 하원 의원은 다른 상원의원이 의장을 대신해 주기도문을 읽어도 된다며 "그가 한쪽으로 물러서고 다른 사람이 기도문을 읽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호주 의회의 주기도문 낭송 의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종교의 자유와 다양성을 헤친다는 이유에서다.
노동당 출신의 해리 젠킨스 전 하원의장은 2008년 자신이 하원 의장에 오르자 주기도문 낭송과 관련해 사회단체로부터 이의 제기를 받아왔다며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자유당을 비롯한 보수당과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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