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1천300조원 들여 사막에 스마트도시"…전문가는 갸우뚱
마천루 두 채에 900만명 수용 계획…오락가락 구상에 불안
수요 충분한지도 '물음표'…사우디 변혁 왕세자 의지 반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사막과 산악지대 한가운데 160㎞ 길이의 도시에 자리한 초고층건물 두 채. 높이 500m에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건물 주위로 에어택시가 날아다니고 안에는 로봇 가사도우미가 바삐 움직인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은 5분 이내 거리에 있고, 야외 스키장과 고속철도도 누릴 수 있다. 심지어 미기후(특정 좁은 지역의 기후)까지 제어해 사계절 내내 안정적인 기후를 즐길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고 재생에너지에 기대는 친환경 도시라는 이름표도 붙는다.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유토피아' 도시 계획 같지만,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저탄소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 '네옴'(NEOM)의 홍보자료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네옴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7년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서 발표한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핵심으로,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천500㎢)로 저탄소 스마트 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총사업비용은 약 1조달러(약 1천30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사업 실현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통신이 전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지난 5년간 구상 단계에서 잦은 변경 등 불안한 징후를 보였다는 점에서 원활한 추진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미 싱크탱크 아랍걸프국연구소(AGSIW)의 로버트 모길니키 연구원은 "초기 구상에서부터 (사업) 개념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가끔 그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사업을) 축소했다 확장했다 공격적으로 전환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위험 분석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중동·아프리카 전문가 토르키오른 솔트베트는 "전례 없는 규모와 사업 비용에 비춰볼 때 전체적으로 네옴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수요가 충분할지도 의문이다.
모길니키 연구원은 "돈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라며 "특히 미래에 거주하고 일하는 '실험'의 일부가 되어달라는 상황에서 수요를 구하기엔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네옴을 짓는 주목적은 사우디가 경제 대국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인구성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 인구가 2030년까지 150만∼200만명, 2045년에는 9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우디 인구는 약 3천400만명 수준이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5천만명, 2040년까지는 1억명까지 인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우디를 석유 중심 경제와 이슬람교리의 강경 해석에 입각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키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의지도 읽을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사석에서 보좌진과 사업 설계자에게 사우디가 역내 다른 국가처럼 전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국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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