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美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자금 이탈보다 경기가 더 걱정(종합)

입력 2022-07-28 09:41
[한미 금리역전] 美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자금 이탈보다 경기가 더 걱정(종합)

과거 역전 때는 자금 순유입 기록…"급격한 자금유출 없을 듯"

긴축 가속화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커져…한국 수출에 악영향

환율 상승에 물가 자극 가능성…한국도 긴축 강화하면 소비마저 위축

파월 "물가 데이터 따라 큰 폭 금리 인상 가능성…경기침체 아냐"



(서울·세종=연합뉴스) 민선희 김유아 박원희 기자 = 한미 기준금리가 2년 반 만에 역전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보다는 긴축 가속화에 따른 미국 경제 침체가 한국 수출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지난달에 이어 다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올라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0.00∼0.25%포인트 높아졌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 과거 역전 땐 어땠나…"급격한 자금유출 없을 것"

미국 금리 인상기마다 한미 금리는 역전됐다. 미국 금리 인상기는 1기 1996년 6월∼2000년 5월(한미 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2005년 8월∼2007년 9월), 3기 2015년 12월∼2018년 12월(2018년 3월∼2020년 2월)로 나눌 수 있다.

1기의 경우 미국 금리가 최대 1.50%포인트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이나 지속됐다. 2기, 3기의 최대 역전 폭은 1.00%포인트(2006년 5∼8월), 0.875%포인트(2019년 7월)였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례를 살펴보면 금리 역전 시기마다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모두 순유입(1기 168억7천만달러, 2기 304억5천만달러, 3기 403억4천만달러)됐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이 이미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예상했기 때문에 당장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금리 역전이 2년씩 지속된다면 자본이 조금씩 빠져나갈 수 있지만 그렇게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이언트 스텝=긴축 가속화'…경기 침체 우려 커져

한미 간 금리 역전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 자체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방송이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는 연준의 노력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생각하는 응답자가 63%를 차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경기후퇴에 진입하고 있으며 재정적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3.2%, 미국 성장률을 2.3%로 예상해 4월 전망치보다 각각 0.4%포인트, 1.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의 큰 축인 미국이 흔들린다면, 이미 둔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수출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한은)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을 발표하면서 2분기 수출이 전 분기보다 3.1% 줄어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둔화로 한국의 수출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며 "빠른 금리 인상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뒤 가진 회견에서 "현재 미국이 경기침체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에서 아주 잘 기능하고 있는 영역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면서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데 경기침체에 진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자이언트 스텝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뤄진다면 경제 침체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높이면 경기 둔화 혹은 침체가 올 수 있고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높여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며 "우리 수출이 감소해 성장률이 둔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GDP 등 동행지표를 볼 때 미국 경제가 탄탄한지는 확실치 않다"며 "다만 연준은 금리를 올릴 여력이 있다고 봤고 금융시장이 그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간밤에 나스닥 지수가 4.06% 오르는 등 뉴욕증시는 연준의 결정에 안도 랠리를 보였다.



◇ 환율·물가 상승 압력…국내 긴축 강도 높아지면 소비 위축 우려

미국의 긴축이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연준의 유동성 흡수는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의미하고 이는 수입 물가의 오름세를 키우는 요인이다.

한은은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올해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계속 인상해 연말 2.75∼3.0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금리 가이던스를 줬다.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 인상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미국이 추가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더 커지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우리 통화정책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자본 유출이 없다고 하더라도, 따라가지 않으면 금리 격차가 벌어지니까 환율 시장은 상당히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국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는 경우 민간소비는 최대 0.15%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분기 민간 소비는 전 분기보다 3.0% 증가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수출이 둔화하는 가운데 민간 소비마저 위축된다면, 경기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며 "금리의 변화는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ssun@yna.co.kr, kua@yna.co.kr,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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