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조롱 파문' 디아블로 중국서 조용히 출시
당초 예정보다 한달 늦게 서비스 개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돌연 출시가 연기됐던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이 조용히 중국에서 출시됐다.
26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중국의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계열 앱 장터에서 '디아블로 이모탈' 다운로드가 가능해졌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블라자드와 넷이즈가 공동 제작한 게임으로 올해 중국 출시 모바일 게임 중 가장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당초 이 게임은 세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지난달 23일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무기한 연기됐다.
넷이즈는 지난달 19일 갑자기 '여러 항목의 최적화'를 이유로 출시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는데 시장에서는 '디아블로 이모탈' 공식 홍보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짧은 글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했다.
'디아블로 이모탈' 웨이보 계정에는 5월 22일 "곰은 어째서 내려가질 않나…"라는 한 문장짜리 글이 게시됐다.
글을 올린 지역이 미국으로 표시된 뜬금없는 글을 두고 인터넷에서는 시 주석을 곰에 빗대 조롱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마침 이 계정이 '관련 법 규정 위반'을 이유로 새 글을 게시하지 못하는 제재를 받으면서 이 같은 해석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시 주석이 곰돌이 푸에 비유된 것은 그가 2013년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부터였다. 당시 두 정상이 각각 푸와 호랑이 친구 '티거'로 희화화된 것이다.
이후 소셜미디어와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런 풍자가 인기를 끌자 중국에서는 시 주석을 곰돌이 푸 캐릭터나 곰에 빗대는 사진과 영상, 글 등이 검열 대상이 됐다.
'디아블로 이모탈' 계정 관리자가 어떤 의도로 '곰은 어째서 내려가지 않나…"라는 글을 올렸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마침 시 주석이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시 주석의 하야 요구를 연상케 하는 글이 일반 대중의 눈에 띄는 계정에 올라왔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제작사 측은 게임 출시와 관련한 홍보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철저히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출시 연기 사건은 중국 내 사업 환경의 복잡성과 불투명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 내 게임 산업의 발전 동력은 예측하기 어려운 당국의 규제 환경 속에서 최근 수년간 크게 약화하고 있다.
중국음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출판업무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게임업계의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8% 감소해 2008년 관련 데이터 수집 이래 처음 역성장을 기록했다.
시 주석 집권 이래로 중국 당국은 비디오 게임 산업을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해치는 '유해 산업'으로 보면서 강력한 규제 정책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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