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증시, 단기 안도…역전폭 커지면 변동성 확대"(종합)

입력 2022-07-28 09:55
[한미 금리역전] "증시, 단기 안도…역전폭 커지면 변동성 확대"(종합)

과거 세 차례 금리 역전 때 증시 등락·자금 유출입 일정하지 않아

"당장은 영향 제한적…추가 금리 인상 땐 자금 유출 가능성"

"전쟁에 에너지 가격 불안, 물가 정점론 위협…금융시장 변동성 다시 커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미령 기자 =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가 2년 반 만에 역전되면서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연 2.25∼2.50%로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과거 한미 금리가 1.00∼1.50%포인트 벌어진 세 차례 역전 사례에선 주가와 원화, 외국인 자금이 일관되게 움직이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28일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한미 금리 역전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에 시장에서 긴축 공포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연준이 추가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금리 역전폭이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 안도감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한미 금리 역전 때 코스피 어땠나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태는 1998년 이후 크게 세 차례 있었으나 코스피는 일정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차 금리 역전 시기인 1999∼2001년에는 한미 금리차가 1.50%포인트 벌어졌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은 후 국가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에 금리를 내린 반면 미국은 닷컴버블(거품) 등 금융시장 과열을 식히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가 역전됐다.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코스피와 원화 가치는 각각 35%, 9% 떨어졌으나 외국인 투자자금은 17조원이 들어왔다.

다음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된 2005∼2007년에는 주가와 원화 가치가 올랐다.

미 연준이 부동산과 증시 붐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렸으나 한국은행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한미 금리가 1.00%포인트 벌어졌다. 이 시기 코스피는 2,000을 돌파했고 원화 가치도 9% 올랐으나 금리차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은 34조원이 빠져나갔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하면서 역전 현상이 해소됐다.

다시 한미 금리가 역전된 2018∼2020년에는 코스피와 원화 가치가 각각 17%, 14% 떨어졌으며 외국인 자금 7조원이 이탈했다.

거래소는 "과거 금리 역전 폭은 최대 1.00∼1.50%포인트까지 벌어졌다"며 "이들 사례를 볼 때 외국인 자금 유출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표] 과거 한미 금리차 역전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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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 │ 역전 폭 최대 │ 주가 │ 원화 가치 │ 외국인자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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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2001년 │ ―150bp│―35% │―9%│17조원 유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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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2007년 │ ―100bp│+90% │+9%│ 34조원 유출│

├───────┼───────┼───────┼──────┼──────┤

│ 2018∼2020년 │ ―100bp│―17% │ ―14%│ 7조원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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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 이미 반영, 영향 제한적"…"긴축 공포 완화에 단기 안도"

이처럼 과거 세 차례 한미 금리 역전 시기 시장 상황을 보면 증시와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도 "과거 한미 금리 역전 사례를 봐도 증시와 외국인 자금 흐름이 일정하지 않았다"며 "현재 우리나라 신용위험 문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시장이 상당 기간 자이언트 스텝과 금리 역전 가능성을 염두에 둬온 만큼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한미 금리 역전은 시장이 어느 정도 예상한 만큼 이번 FOMC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외국인이 이달에 순매수 흐름을 보인 데다 미국 국고채 금리가 소폭 하향 안정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자금 유출 위험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줄곧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전날 기준 1조6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 월간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웃돈 건 처음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 전환은 반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이달에 1.2% 올랐지만 중순 이후 추가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 FOMC 회의 전후와 달리 금융시장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시장에서 긴축과 인플레이션 공포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일단 이날 뉴욕증시가 파월 의장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적 발언에 주목하면서 급등한 점도 우리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나중에는) 우리가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고 말해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4% 넘게 오르는 등 3대 지수가 급등했다. 미국 국고채 값도 오르고 달러는 떨어졌다.

미 증시에 동조해 이날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소폭 오름세를 보이면서 2,4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증시가 이달 초 이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면서 경기가 침체에 빠질 징후가 보이면 연준 정책이 완화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예상해 반등했다"며 "증시는 이번 파월 발언에서 낙관론자들의 반등 논리를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연준 긴축의 정점 기대는 주식과 채권 하단을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며 "미국 대형 기술주와 국내 일부 대형 수출주 반등은 증시의 하락 위험이 완화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아직 안심 일러"…"금리차 확대 땐 자금유출 가능성"

하지만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QT)이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이 경기침체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오는 9월 FOMC 회의까지 3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오늘보다 더 큰 인상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연준이 1.00%포인트 인상 카드를 다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연말까지 계속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 우리 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연말까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0.50%포인트 벌어질 경우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연준이 지난 6월부터 자산 축소를 시작한 가운데 9월부터 양적 긴축(QT) 속도도 가팔라진다. 연준은 9월부터 월 950억 달러씩 자산 매입을 줄이기로 했다.

유진투자증권 허 연구원은 "증시가 본격 반전하려면 금리인상이 마무리되거나, 9월 이후 자산 축소 속도가 가팔라지지 않은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안에 3분기 중 물가 정점론도 위협받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연준의 공격적 긴축 우려 완화에 금융시장이 안도할 수 있으나 오는 9월에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다시 불안정해지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안정한 물가 흐름과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달러 상승 추세도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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