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헤지인줄 알았는데…국제금값, 넉달 연속 하락 '눈앞'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수십 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 지구촌을 덮친 가운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알려진 금이 오히려 맥을 못 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월물 기준으로 금 선물은 7월 들어 4.4%(79.90달러) 떨어진 온스당 1,727.40달러에 현재 거래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월간 기준으로 금 선물 가격은 4개월 연속 하락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최장기 하락세다.
많은 투자자가 금이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올해 들어 금 선물 가격은 5.5% 떨어진 상태다.
금이 최근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미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달러 초강세를 유발한 것이 금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금은 비슷한 안전자산이자 정기적으로 이자까지 주는 국채와 경쟁 관계인 데다 강달러 탓에 미국 외 투자자들에게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다.
ETF(상장지수펀드) 투자회사 올드미션의 채권·통화·상품 부문 헤드인 앤드루 레카스는 WSJ에 "사람들은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로서 기능하지 않는데 왜 내가 금을 보유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금 선물 가격뿐 아니라 금 채굴회사의 주가도 하락 중이다. 반에크 금광주 ETF는 7월에만 7.2% 떨어졌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금광회사 배릭 골드와 뉴몬트는 각각 13%, 14% 급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4.7% 반등했다는 점에서 유독 금 관련주가 부진했던 셈이다.
지난주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금 선물 가격이 내년 6월까지 온스당 1천65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며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금값이 거의 역대급으로 치솟았던 지난 3월과 비교해 15%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SVB프라이빗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섀넌 사코시아는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찍고 있지만 여전히 달러는 강한 상태"라면서 "이는 연말까지 금값의 의미 있는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춰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내려간다면 금값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금이 그래도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변동성 대비 차원에서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지난주 금 선물 가격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인상에 힘입어 1.4% 상승, 5주 연속 하락세를 멈췄다. 다른 나라의 금리 인상은 그 나라 통화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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