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구제역에 호주가 발칵…"1마리만 옮아도 73조원 시장 멈춰"

입력 2022-07-24 12:16
인니 구제역에 호주가 발칵…"1마리만 옮아도 73조원 시장 멈춰"

"인도네시아, 구제격 통제 불능"…인니발 항공 중단 요구도

호주, 전 세계 쇠고기 수출 시장 13% 차지…식탁 물가에도 악영향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 구제역이 확산하면서 이웃 나라인 호주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구제역이 호주에 상륙할 경우 최대 800억 호주달러(약 73조원)에 이르는 호주 축산업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24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머레이 와트 호주 농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장관 권한을 발동해 국경경비대가 인도네시아 발리 등에서 입국하는 이들에게 공항에서 신발을 벗거나 소독 매트 위를 걸어가도록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에 100만개 분량의 구제역 백신을 살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했으며, 호주 내 가축 업자들에게 가축에서 물집이나 침 흘림, 절뚝거리는 증상 등이 관찰되면 국가 비상 동물 질병 감시 핫라인으로 연락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이 정도 조치로는 부족하다며 인도네시아에서 호주로 입국하지 못하도록 국경을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맷 맥도나 호주 와규 협회 회장은 바이러스가 통제될 때까지 인도네시아발 항공편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800억 호주 달러에 이르는 축산 시장에 문제가 되지만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겨우 1천400만 호주달러(약 130억원)만 사용했다"며 "이는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는 국회에서 "인도네시아와 호주 간 교통량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총리가 질병 대응을 직접 통제하고 국가 안보 위원회의 우선 과제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호주가 극도로 긴장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구제역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현재 인도네시아 22개 주에서 구제역이 발병했으며 약 40만 마리가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가축이 구제역에 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호주인들이 많이 여행가는 관광지 발리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수입 동물성 제품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파편이 발견돼 호주가 발칵 뒤집힌 상태다.

더튼 대표는 "인도네시아에는 구제역이 산불처럼 번지고 있으며 이미 통제 불능 상태"라며 "호주에서 소 한 마리, 양 한 마리, 돼지 한 마리에서라도 구제역이 발견되면 축산업은 하룻밤 사이에 문을 닫게 되고 수출도 막힌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호주에서 구제역이 발병하면 이 영향은 단순히 호주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는 전 세계 쇠고기 수출 시장의 약 13%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호주에서 쇠고기 수출이 막히면 가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전 세계 식탁 물가에 또 다른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맥도나 회장은 호주에서 구제역이 발병하면 호주 축산업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20세기 이후 호주에서 구제역이 발병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