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리 "우크라, 이렇게는 전쟁 못이겨…평화 전략 필요"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평화 회담에 주력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루마니아를 방문 중인 오르반 총리는 이날 현지 대학 강연에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전략이 4개의 기둥 위에 세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무기로 전쟁에 승리할 수 있고, 대러시아 제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도력을 불안하게 할 것이며, 제재 효과는 유럽보다 러시아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세계는 유럽을 지원할 것이라는 4가지 전제를 소개했다.
오르반 총리는 "마치 자동차 타이어 4개에 모두 구멍이 난 것처럼 이 기둥들이 무너졌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이런 식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헝가리는 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나 가스 수입 제한 조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헝가리는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강경 제재 흐름에 종종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독자적인 행동을 이어왔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와 관련해서는 자국의 연료 수급 문제를 이유로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모스크바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하고, 기존 계약에 더해 더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런 헝가리의 요청에 대해 "고려해 보겠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런 태도에는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제재 노선에 균열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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