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투자전략은…"싼 가치주 묻어 두고 ETF 분산투자"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주가 싸다…가치주 3년 이상 투자"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ETF 분산투자해 사고 팔기"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홍유담 기자 = 증시 약세장이 지속하면서 시장 대응에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 가치투자가로 유명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와 상장지수펀드(ETF) 대가인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주가가 언제 올라갈지 정확한 시기를 예측해 투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다만 불확실한 시장에 대응하는 세부 전략에선 차이가 있었다.
허 대표는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싸고 좋은 주식을 찾아 3년 이상 장기투자해 고수익을 내는 전략을 제시했다.
배 대표는 등락 장세에서 시장이나 주가 흐름을 추종하는 여러 ETF를 고루 담아놓고 사고팔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전략을 내놨다.
허 대표는 24일 "시장이 매물 소화 과정 없이 급락해 전체적인 주가 수준이 올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수는 꾸준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치주 투자는 최근 금리 인상에 성장주가 반 토막이 나고, 시장이 30%가량 조정을 받으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허 대표는 "코스피는 2,200에서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 코스피는 다시 3,000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관론이 90%, 낙관론이 10%로 상황이 좋지 않을 때가 가장 좋은 투자 시기"라며 "더구나 지금 세제 개편으로 세금은 적고 주가는 싸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이밍을 맞추는 사람은 없고, 주가 수준을 판단해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부동산 투자 마인드로 3년 이상 장기 투자해야 한다"며 "싸다는 생각이 드는 주식을 빠질 때마다 매수해 들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대표는 "다만, 성장주는 여전히 싸지 않고 최근 삼성전자[005930]를 더 사들이지 않았다"며 "최근 50% 떨어진 고배당 가치주, 배당을 높이면서 승계를 앞둔 지주회사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도 "고점인지, 저점인지 시기를 예측해서 투자하려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최근과 같은 장세에선 반등을 이용해 투자 차익을 내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20여년 전 국내에 ETF를 처음 들여온 배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지수 차트를 보면 움푹 팼고 작년에도 코스피가 최고 3,300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골이 생겼다"며 "이런 시장 상황에선 투자를 잘할 때도 있지만, 못할 때도 있어 수익을 낼 거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주가 흐름에 따라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된 여러 ETF를 배분해 사고팔기를 하면 안정적"이라고 조언했다.
ETF는 상승, 하락, 채권, 테마, 섹터, 자산 배분 등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장기투자가 어렵고 잦은 매매를 유발하는 단점도 있다.
배 대표는 "현시점에서 지수 레버리지 상품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며 "미국, 중국, 한국 시장 흐름을 추종하는 ETF와 나머지 일부 테마 ETF를 보유하는 전략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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