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핵심연구 자료 조작됐나…16년간 과학계 오도 의혹
사이언스, '아밀로이드 베타'와 인과 증명 논문에 "이미지 조작 증거"
네이처·NIH도 조사…허위 판명시 대형 스캔들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과학계에서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과제에 핵심 이론을 제기한 논문이 조작된 데이터에 근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지난 16년간 과학계를 오도한 데다 막대한 규모의 연구 자금을 허공에 뿌린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과학계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는 6개월간의 조사 끝에 2006년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이 조작됐다는 '놀라울 정도로 명백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사이언스의 경쟁 학술지라 할 수 있는 네이처에 발표된 것으로, 어린 쥐에게 주입했을 때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유형을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억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뇌 조직에서 확인된 최초의 물질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여 플라크(plaque)로 침착해 뇌세포에 손상을 가한다는 이론의 확실한 근거로 여겨졌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알츠하이머 관련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이를 계기로 막대한 자금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없애는 약물과 치료법 연구에 투입됐다.
그러나 작년 8월 미 밴더빌트대 매슈 슈래그 교수가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슈래그 교수는 실험용 알츠하이머 약물에 관한 별도 조사에 참여하면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고, 미 국립보건원(NIH)에 제출한 내부고발자 보고서에서 해당 연구에 대해 "연구 분야 전체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언스는 개별적으로 그의 주장을 검토,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근거를 확인했다.
분자생물학자이자 유명 포렌식 이미지 컨설턴트인 엘리자베스 빅은 사이언스에 문제의 논문이 각기 다른 실험에서 나온 이미지 일부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빅은 "얻어진 실험 결과가 애초 원했던 결과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데이터가 가설에 더 잘 맞게 변경됐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데니스 셀코 하버드대 교수도 사이언스에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발견한 아밀로이드가 존재한다는 증거조차 거의 없다고 말했다.
네이처 역시 조사에 착수했고 일단 해당 논문 페이지에 그 결과를 활용할 때는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를 실었다.
NIH 역시 슈래그 교수의 주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 문제를 미 정부 연구 진실성 사무소에 넘길 수 있다.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과학계 가장 큰 스캔들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병변인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1906년 처음 발견됐고, 1984년 아밀로이드 베타가 그 주요 성분으로 확인됐다.
이후 20년간 뇌 속의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알츠하이머 치료법 연구가 수백 건 진행됐지만 모두 실패해 아밀로이드와 알츠하이머의 인과 이론이 대체로 폐기되는 분위기였으나 2006년 미네소타대 논문이 나오면서 되살아났다.
저자들은 사이언스의 관련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면서 여전히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옹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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