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통령 정국혼란 속 새총리 임명…"구집권세력 협력자"
거국 내각 구성도 추진…물가 폭등 속 군경, 시위대 강제 해산 나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국가 부도와 시위 등 혼란 속에서 지난 21일 취임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신임 대통령이 곧바로 신임 총리를 지명하는 등 정국 안정 모색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스리랑카 언론에 따르면 디네시 구나와르데나 의원은 대통령의 임명에 따라 이날 신임 총리로 취임했다.
좌파 성향인 국민연합전선(MEP)을 이끌고 있는 구나와르데나 신임 총리는 외교부 장관, 교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위크레메싱게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우며 집권 세력이었던 라자팍사 가문에도 오랫동안 협력했던 인물이라고 외신 등은 전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체제를 운용 중이다. 총리가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지만 대통령이 총리 등 정부 요직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등 파워가 더 강하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정국 안정을 위해 조만간 거국 임시 내각 구성도 추진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당국은 지난 4월 12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지난 5월 18일부터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기름 등 생필품 부족난이 심각한 가운데 물가도 연일 폭등하고 있다.
이날 스리랑카 중앙은행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58.9%나 뛰었다.
스리랑카의 월 소비자물가는 2월 17.5%, 3월 21.5%, 4월 33.8%, 5월 45.3% 등 매달 가파르게 올랐는데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것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 중국,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끌어오는 가운데 IMF와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와중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최근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쫓기듯 해외로 도피한 후 사임했다.
이후 지난 5월 총리로 임명된 위크레메싱게가 국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격랑에 휘말리며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새벽에는 군경이 수도 콜롬보 대통령 집무실 앞 반정부 시위대 캠프를 급습해 텐트를 부수고 해산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위크레메싱게가 고타바야 전 대통령에 의해 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지명된 후 대통령으로 선출된 만큼 경제난에 책임을 지고 역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리랑카 변호사협회는 이날 군경의 시위대 강제 해산에 대해 민간인에 대한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멈추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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