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칩4 참여 中 고강도 견제 배경엔 '반도체 내우외환'

입력 2022-07-22 14:10
한국 칩4 참여 中 고강도 견제 배경엔 '반도체 내우외환'

中, 미중경쟁 속 對중국 반도체 디커플링 공세로 간주

첨단 반도체 기술분야 中열세도 배경…'자급'까지 시간 필요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최근 중국이 한국의 '칩4' 참여를 막으려 연일 견제구를 던지는 배경에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반도체가 갖는 절대적 중요성, 칩4에 대한 성격 규정, 미국의 제재 속에 심화하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상대적 낙후성 등이 두루 자리하고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칩4는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동맹으로 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국을 가리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협력, 중국 견제에 방점 찍힌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 때도 일정한 견제는 있었다.

하지만 이들 사안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건드릴 수 있는 이슈로 간주했다면 칩4 사안은 더 다급하고 현실적인 이슈라는 것이 중국의 인식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와 군사 두 핵심 영역에 걸친 미중 전략경쟁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절대적인 데다 중국은 칩4를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디커플링'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와 각종 가전제품을 비롯한 일반 제조업은 물론 군수산업에까지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반도체 생산의 강자인 한국과 대만, 반도체 제조 설비 분야 강자인 일본과 반도체 동맹을 결성하는 것은 중국의 '급소'를 겨냥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인위적인 산업 이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시도하며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고 글로벌 시장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산업 이전과 디커플링을 지적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대만의 반도체 제조 공장을 자국으로 유치함으로써 유사시 반도체 자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든 뒤 그다음 단계로 중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데다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을 중국과 단절시키려는 시도가 칩4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미중 양국의 전략경쟁이 양국 사이의 모든 것이 단절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 영역에서만큼은 아직 '굴기'를 이루지 못한 중국의 내부 사정도 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천500억 달러로 중국 전체 수입액의 13%를 차지했다. 금액 기준으로 원유와 전체 농산물 수입액보다도 많은 데서 보듯 반도체 분야 대외 의존도가 아직 높은 편인데 중국은 프리미엄급 첨단 반도체 영역에서만큼은 세계 정상 수준과 아직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이런 터에 미국이 자국 기술이 포함된 소프트웨어, 장비, 재료의 대중국 기업 판매 금지, 자국 투자자의 중국 기업 투자 금지 등 다층적 제재를 활용해 중국의 여러 반도체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중국은 다급해진 상태다.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가 미국 정부의 반대로 네덜란드 ASML로부터 반도체 노광장비를 구매하지 못해 최첨단 미세공정 양산으로 가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망을 뚫는 길은 궁극적으로 반도체 자급 체제를 만드는 것으로 보고 국가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시간의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반도체 자급 체제를 구축할 때까지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디커플링에 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신랑(新浪·시나) 재경' 온라인판에 올라온 '미·일·한·대만 반도체 동맹, 중국 반도체 산업을 완전 봉쇄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글은 중국의 '속내'를 추정하는데 시사점을 준다.

글은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전자·디지털 자동차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수요는 세계 1위"라며 "수요는 거대한데 반도체 제조기술은 낙후해서 반도체는 목을 조이는 약세 산업이 됐다"고 썼다.

이어 "만약 미·일·한·대만이 반도체 동맹을 구성하면 글로벌 프리미엄 반도체는 거의 미국 일가가 틀어쥐게 되는 것"이라며 "(중국에) 강력한 장벽이 될 것인데 이는 중국이 선진적이고 완벽한 국산 반도체 산업망을 완성해야 칩4 봉쇄를 뚫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믿는 구석'은 역시 '시장'이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시장이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단기간 내 대중국 공급망 단절에 동참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자국 반도체 자급 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반도체 분야, 더 나아가 무역 전반에 걸친 한국의 대중국 의존도를 활용해 한국의 칩4 참가를 견제하려는 태세로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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