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후보들 "감세로 인플레 잡겠다 vs. 동화같은 얘기"

입력 2022-07-22 05:37
영국 총리 후보들 "감세로 인플레 잡겠다 vs. 동화같은 얘기"

트러스 장관 "세금 줄이면 성장 촉진…비용 감당 가능"

수낵 전 장관 "감세로 물가상승 더 심해질 것"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차기 총리 후보 두 명이 맞붙은 첫 쟁점은 세금 정책이다.

전날 보수당 하원의원 투표에서 차기 당 대표 및 총리 후보로 뽑힌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선거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이들은 모두 보수당의 상징인 마거릿 전 대처 총리를 모델로 내세우면서도 세금 정책에서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리즈 트러스 장관은 이날 오전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감세는 공급 측면에서 경제에 도움이 돼서 성장을 촉진할 것이며 인플레이션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한 경제학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1980년대 친 대처주의자인 패트릭 민퍼드를 언급했다.

트러스 장관은 자신의 감세 계획에 연 380억파운드(약 60조원) 비용이 든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년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러스 장관의 주장에는 곧장 전문가 반박이 뒤따랐다.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즉각 트러스 장관의 감세 계획은 결국 차입 증가나 공공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 장관은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이 임기 중 추진한 증세 정책을 모두 취소하거나 유예하겠다고 공약했다.

수낵 전 장관은 법인세 19%에서 25%로 인상, 소득세 격인 국민보험(NI) 분담금 비율을 1.25%포인트 인상, 에너지 요금에 친환경 에너지세 부과를 추진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나라 곳간을 많이 열었는데 이제는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면서 정부가 3년 후에는 차입하지 않고 균형 재정을 달성한다는 재정준칙을 세웠다.

수낵 전 장관은 이날 저녁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러스 장관의 감세 계획은 대규모 차입으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선 당시 다른 후보들의 감세 공약에 관해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낵 전 장관은 대처 전 총리도 세금을 줄이기 전에 먼저 인플레이션을 잡았고 자신도 그 사례를 따를 것이라면서 스스로를 '상식적인 대처주의자'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존슨 총리에 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

수낵 전 장관이 사표를 던지며 존슨 총리 사임을 촉발한 인물로 규정된 가운데 트러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은 존슨 총리가 계속 일하기를 바랐다며 충성심을 강조했다.

두 후보가 맞붙은 첫날 여론조사에서는 트러스 장관이 앞섰다.

보수당원 730명이 참여한 유고브 설문조사에서 트러스 장관은 62% 지지를 받았으며, 40%는 수낵 전 장관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낵 전 장관은 인도 재벌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부인이 비거주 비자를 활용해 해외소득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구설에 오른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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