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북페어, 정치 서적 치우고 시진핑 책 전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 20일 개막한 홍콩 북페어에서 정치 서적들은 설 자리를 잃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련한 책들은 전시되고 있다.
'훙콩의 중국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힐웨이컬쳐, 원오브어카인드 등 2019년 반정부 시위와 정치적 사건 등에 관한 책을 낸 몇몇 출판사가 올해 홍콩 북페어에 참석을 거부당했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힐웨이컬쳐의 경우 지난해 북페어에 참가했다가 친중 진영 인사 등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 책을 판매한다고 신고당한 바 있다.
홍콩 북페어를 주최하는 홍콩무역발전국(HKTDC)은 전시 대상 책을 검열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시회는 국가보안법 등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힐웨이컬쳐의 레이몬드 융 대표는 북페어 참가를 거부당하자 다른 12명의 출판업자와 함께 지난주 별도의 북페어를 계획했으나 막판에 무산됐다.
예약해놓은 행사장의 주인이 장소 사용 목적이 계약 위반이라며 갑자기 예약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융 대표는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행사장 주인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고, 그럼에도 북페어를 계속 추진했다가는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할까 우려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지난 1일 홍콩 주권반환 25주년 기념식에서 한 연설을 담은 14쪽짜리 연설문을 비롯해 시 주석의 활동과 관련한 여러 책이 이번 북페어에 등장했다.
홍콩에서는 사회 각 분야를 단체를 중심으로 시 주석이 해당 기념식에서 한 연설을 '학습'하는 세미나가 잇달아 열렸다.
AP 통신은 "과거 홍콩 북페어서는 중국 본토에서 금지된 책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책 등 다양한 책이 전시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가보안법 시행 후 상황이 달라졌다"며 "출판업자들은 전시할 책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소설가 가브리엘 창은 AP에 "작가들은 현재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책을 출간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며 "작가들은 애초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직접 표현하기보다 비유나 수사적 기술을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탕시우와는 SCMP에 "일부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홍콩에서는 결코 빛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미 대만 출판사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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