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반도체난 딛고 최대실적 질주…고수익車 끌고 환율 밀고

입력 2022-07-21 15:09
수정 2022-07-21 15:28
현대차, 반도체난 딛고 최대실적 질주…고수익車 끌고 환율 밀고

판매 감소에도 제네시스·SUV 중심 믹스 개선이 수익성 끌어올려

정의선의 제네시스·전기차 투자 전략도 성공…향후 전망도 '맑음'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올해 2분기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등 각종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러시아 현지 공장 가동 중단, 중국 주요 도시 봉쇄에 따른 부품난 등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평가다. 고수익 차종 위주의 '믹스'(차종별 구성비율) 개선과 환율 상승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이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 중인 현대차는 이러한 추세를 이어갈 경우 올해 전체적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 믹스 개선이 끌고, 환율이 밀었다…영업이익 3조원 육박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5조9천999억원, 2조9천79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1일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8.3%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8.7%, 58.0% 증가한 수치로 연합인포맥스의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33조842억원, 2조3천25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로써 현대차는 2010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또 분기 영업이익도 8년 만에 2조원을 넘었다.

현대차의 직전 최대실적은 매출의 경우 2021년 4분기 31조265억원,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 2조5천372억원이다.

2분기는 전통적으로 자동차 판매 최성수기지만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작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97만6천350대를 판매했다.

판매량 감소에도 매출과 이익이 늘 수 있었던 데는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가 늘어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적게 팔려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효자' 차종이 많이 팔리는 이른바 믹스 개선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2만5천688대를 판매하며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아울러 올해 2분기 글로벌 판매 중 SUV 비중은 52.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포인트(p) 높아졌다.

제네시스의 GV60, GV70, GV80까지 포함할 경우 SUV 판매 비중은 55.1%로 뛰어오른다.

'값비싼' 전기차 판매 비중도 같은 기간 3.5%에서 5.4%로 늘었다. 신장률은 49%에 달한다.

이러한 고가 차량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주로 팔렸는데 '때마침' 상승한 환율과 시너지도 일으켰다. 현대차의 올해 2분기 평균 원/달러 사업 환율은 작년 동기 대비 12.3% 오른 1,260원으로, 그만큼 현대차의 판매수익도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는 인도(11만6천대→13만6천대) 시장이 17.7%로 가장 큰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고,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22만6천대→24만1천대)와 유럽(14만7천대→15만1천대)의 판매량도 각각 6.6% 2.9% 늘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해외 딜러의 자동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는데 최근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인센티브가 줄어든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차가 올해 2분기 미국 딜러들에게 제공한 인센티브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의 환율이 안정화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환율에 따른 영업 이익 증가분은 4천7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또 인센티브 절감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은 사상 최대 수준인 6천208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 정의선 전략 통했다…제네시스와 전기차가 실적 견인

현대차가 각종 악재에도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도 주효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정 회장의 전략이 성공한 분야로는 대표적으로 제네시스와 전기차가 꼽힌다.

제네시스는 2015년 11월 국산차 첫 고급 브랜드로 G90(당시 국내 차명 EQ 900)을 내놓으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이 군림하고 있던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까지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주도했고, 출시 행사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제네시스는 출범 첫해인 2015년 530대가 팔린 데 이어 2017∼2019년 연평균 8만여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친 2020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었다.

또 지난 5월에는 브랜드 출범 이후 6년 6개월만에 글로벌 판매량이 누적 70만대를 넘기도 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전기차에서는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며 이른바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을 내놓으며 전동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의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개발됐고, E-GMP가 탑재된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 5가 북미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현대차의 인기를 견인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000270]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75% 증가한 24만8천대로 5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솔직히 주변 딜러들이 재고를 확보할 수 있는지 모를 정도"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 향후 전망도 밝아…노조 리스크·부품난 완화 전망

올해 하반기 현대차의 실적 전망은 더욱 밝다. 노조 리스크가 사라지고, 그동안 발목을 잡아 왔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도 완화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4년 연속 파업 없이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수요에 맞춰 생산 능력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 전체적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신차 출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의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연말에는 신형 그랜저가 고객과 만난다.

현대차는 공격적인 투자도 단행한다.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012330] 등 3사가 오는 2025년까지 3년여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가운데 이중 전기차 등 전동화 분야에는 21조원이 투입된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현대차는 2조원을 들여 국내 최초의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을 2025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55억달러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한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용 전기차 전용공장을 설립하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부품난 완화 등에 따른 하반기의 물량 증가가 실적 증가세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평모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미국 내 딜러 재고가 1개월 미만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3분기에는 강력한 도매 판매 증가가 기대된다"며 "판매량 증가가 인센티브 상승 등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들을 상쇄해 현대차의 실적 개선은 하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