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략사령부서 첫 북핵대책토론회…"北 핵능력 고도화에 우려"(종합)
"北, 무력충돌 상황서 韓美 양보 위해 소형핵무기 사용 가능성"
"北, 핵포기 가능성 제로"…美, 北비핵화보다 '핵사용억지' 고민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능력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정보당국이 특별 토론회를 개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에 위치한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지난 5월 23일부터 이틀간 정보·군 당국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토론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 토론회는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군 관련 모든 첩보를 관장하는 국방정보국(DIA) 주최로 열렸다.
WSJ은 북핵만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전략사령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북핵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전략사령부에선 매년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에 대한 토론회만 각각 개최된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소형 전술 핵탄두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핵 능력을 고도화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력 충돌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이 자신의 제거를 노리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ODNI에서 북한 담당 정보 분석가로 일했던 마커스 걸러스커스는 회의에 참석 한 뒤 WSJ에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를 발사할 국가가 있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도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걸러스커스는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 북한은 제한된 전술핵 사용이 정권의 붕괴가 아닌 생존을 보장하는 열쇠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키트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 연구원은 "이틀간의 토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한 뒤 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참석자인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교수는 "이제 사람들이 비핵화보다는 핵무기 사용 억제를 정책 목표로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 사용을 억지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것이다.
다만 토론회 참석자들은 미국의 북핵 전략을 수정하는 방안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틀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첫 날에는 민간 전문가들과의 토론이 열렸고, 둘째 날에는 기밀 정보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미군 고위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북한이 조만간 핵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 "제로 퍼센트"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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