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도시 만든다며 100년된 나무 베는 파리의 '아이러니'
도심녹지 조성 등 재정비 추진…환경단체들 반대 시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도시로 재정비하겠다는 프랑스 파리시(市)의 계획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시 재정비는 좋은데, 이 과정에서 파리시내 경관을 이루는 아름드리나무들을 마구 베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파리시는 도심을 더욱 환경친화적으로 만든다는 목표하에 일종의 도시 재정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규모 도심 녹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으로, 교통혼잡이 극심한 에펠탑 주변의 차량 통행이 대부분 금지되는 대신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진다.
이는 파리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시급한 과제인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 오래된 나무 벌목이 뒤따르면서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당국의 계획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멀쩡한 나무를 베는 것은 역설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전 세계 주요 도시 30곳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파리의 숲 면적은 9% 정도로, 영국 런던 12.7%, 노르웨이 오슬로 28.8% 등과 비교해 이미 최하위 수준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작된 반대 캠페인은 수십 명의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소규모 시위로 이어졌고, 일부 환경단체는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현지 환경단체인 'GNSA'를 만든 토머스 브라이가 파리 북부 몽트뢰유에서 수십 년이 넘은 나무 76그루가 벌목된 장면을 촬영해 올리기도 했다.
그는 영상에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안 이달고 파리시장을 향해 "'나무 학살'을 제발 멈춰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5월에는 에펠탑 인근의 나무 20그루가량을 벤다는 계획이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 가운데에는 에펠탑이 건축된 1880년대 이전에 심은 나무도 있다고 브라이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1814년에 심은 불쌍한 나무를 하루아침에 없애는 대신 관광객의 짐가방을 두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나무는 시민들에게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주는 존재다. 가뜩이나 최근 유럽에는 열풍이 불어닥쳐 그늘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다만 이에 대해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부시장은 2026년까지 17만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이번 재정비 프로젝트는 매우 높은 환경 기준을 적용해 추진하는 계획"이라며 "도시열섬 현상에 대응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정비를 위해 관련 인프라 건설 등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열섬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경 운동가인 탱귀 르 당테는 NYT에 "단기적으로도 새로 심은 나무는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는 데 있어 오래된 나무보다 덜 효과적"이라며 "100년 된 나무 한 그루가 125그루의 새로 심은 나무보다 더 가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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