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유럽 최대원전' 공격기지·무기저장고로 이용"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가 유럽 최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 미사일 발사대 등을 배치해 놓고 주변 지역을 공격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제기됐다.
원전 훼손과 방사능 유출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원전을 일종의 '인질'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사장은 전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자포리자 원전의 상황이 "극도로 긴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점령군은 미사일 체계를 포함한 (군사) 장비를 (자포리자 원전에) 반입했고, 이미 그곳으로부터 드니프로 강 반대편과 니코폴 지역을 폭격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자포리자 원전에서 10여㎞ 떨어진 니코폴 주거지역에 떨어져 민간인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사일이 자포리자 원전에서 발사된 것이란 이야기다.
비슷한 시각 인근 드니프로 산업단지와 주변 거리에도 러시아군의 순항 미사일 공격이 가해져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3월 4일께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자포리자 원전에 500명가량의 병력을 배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은 유럽연합(EU) 내에서 대러제재 강화 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EU 고위 당국자는 18일 대러제재 강화와 관련한 초기 논의가 진행되지만, 당일 결정이 내려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최근 들어 전선과 동떨어진 도시의 민간인 거주지역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4일에는 우크라이나 중서부 도시 빈니차에 러시아군이 순항 미사일을 발사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한 민간인 24명이 목숨을 잃었고 6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빈니차 공격을 "평화로운 도시를 겨냥한 러시아의 공개적 테러 행위"라고 규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빈니차의 우크라이나군 병영 건물을 타격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의지를 꺾을 목적으로 민간인 인명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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