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애국 교육 강화"…학생 해외 이탈 계속

입력 2022-07-17 11:47
홍콩 "애국 교육 강화"…학생 해외 이탈 계속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시행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학생 수가 감소세인 가운데 당국은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16일 '애국교육 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애국주의 교육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명보 등 홍콩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리 장관은 "청소년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계승자"라며 "어려서부터 중국사를 배우고 민족 정체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숨은 의도를 가지고 외세와 결탁한 일부 사람들이 청년의 국가 개념을 오도하고 국민 교육에 오명을 씌웠기에 애국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당국은 학교가 올바른 중국 역사, 중국의 문화와 가치를 가르치고 국가 안보 의식 강화 교육을 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아 건립된 '애국교육 지원센터'는 오는 9월 학기부터 초중고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일국양제와 중국 헌법, 국가 안보 등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당 센터는 홍콩의 이민 물결 속에서 각급 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신음하는 가운데 문을 열었다.

전통적으로 홍콩 학교들은 공립학교와 국제학교를 불문하고 모두 입학 경쟁이 치열했다.

중국에서 홍콩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국제금융허브답게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입학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많은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 오랫동안 대기하거나 결국 입학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경 봉쇄 등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내·외국인을 막론한 '엑소더스'가 벌어지면서 각급 학교의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다.

2021~2022 학년도에만 3만명 이상의 학생이 홍콩을 떠났고, 부촌 지역 학교일수록 학생 수 감소가 심했다.

그중 공립학교와 국제학교의 중간 지점에 놓인 '정부 직접 보조금 학교'(DSS)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커리큘럼이 공립학교에 비해 자유로운 DSS에는 우수한 내국인 학생들이 주로 진학했다. 그러나 이민 물결 속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해외로 떠났다. 또한 학생 수 감소로 타격을 입은 국제학교들이 내국인 학생에 대한 입학 문호를 넓히면서 일부 DSS 학생들이 국제학교로 옮겨간 것도 DSS 학생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1~2022학년도 DSS의 입학률은 78%로, 사상 처음으로 80% 아래로 떨어졌으며 홍콩 모든 학교를 통틀어 최저 입학률을 기록했다.

SCMP는 "DSS를 그만둔 학생 대부분이 홍콩을 떠난다고 밝혔다"며 "일부 국제학교도 내국인 학생에 대한 입학 문턱을 낮춰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지만 이어지는 학생수 감소세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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