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52% "ESG 미흡으로 계약·수주 파기 위기감"

입력 2022-07-17 12:00
국내 기업 52% "ESG 미흡으로 계약·수주 파기 위기감"

상의 수출기업 300곳 조사…77% "ESG 실사 대비수준 낮다"

'업종별 가이드라인·비용 지원'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최근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 법안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현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이 공급망 내 ESG 경영 미흡으로 원청기업으로부터 계약·수주 파기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수출기업의 공급망 ESG 실사 대응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20∼30일 국내 수출기업 300곳(대기업 84곳, 중견기업 81곳, 중소기업 13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2.2%가 ESG 미흡으로 향후 고객사(원청기업)로부터의 계약·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원청기업이 ESG 실사를 할 경우 이에 대한 대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실사 대비 수준을 묻는 항목에 '낮다'는 응답이 77.2%(매우 낮음 41.3%·다소 낮음 35.9%)였고, '높다'는 답변은 22.8%(매우 높음 1.2%·다소 높음 21.6%)에 그쳤다.

실사 단계별 대응 수준을 묻는 항목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1%가 '대응체계 없음'이라고 답했고, '사전준비 단계'라는 응답은 27.5%였다.



원청업체가 공급망 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ESG 실사, 진단·평가, 컨설팅 경험 유무'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0% 안팎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ESG 실사 8.8%, 진단·평가 11.8%, 컨설팅 7.3%였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일반적으로 공급망 중간에 위치한 중소·중견기업은 여전히 ESG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고객사의 ESG 요구에 대응하면서 하위 협력업체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ESG 실사를 위해 집행 가능한 예산 범위를 물은 데 대해선 '50만원 미만'(29.9%), '200만원 이상'(29.2%), '50만∼100만원 미만(26.3%) 등의 순이었다.

ESG 컨설팅과 지속가능보고서 제작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 범위로는 각각 '1천만∼2천만원 미만'(26.7%), '1천만원 미만'(35.1%)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ESG 분야별 가장 중요한 이슈와 관련해 환경(E) 분야에서는 '탄소배출'(47.2%), 사회(S) 분야의 경우 '산업안전보건'(71.8%), 지배구조(G) 분야에선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문화'(66.1%)를 각각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혁 고려대 교수는 "기업도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사회 트렌드의 영향을 받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산업현장 내 안전과 인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공급망 ESG 실사 관련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내부 전문인력 부족'(48.1%)을 꼽은 기업들이 가장 많았고 '진단 및 컨설팅·교육 비용부담'(22.3%), '공급망 ESG 실사 정보 부족'(12.3%)이 그 뒤를 이었다.

공급망 ESG 실사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35.5%), 'ESG 실사 소요 비용 지원'(23.9%), '협력사 ESG 교육 및 컨설팅 비용 지원'(19.3%), 'ESG 인프라 및 시스템 구축 금융지원'(16.3%) 등을 꼽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올해 초 EU의 공급망 실사 기준 초안이 발표된 데 이어 내년 1월부터는 독일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되면서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며 "공급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는 만큼 상의도 수출기업들을 위해 공급망 ESG 실사, 컨설팅, 전문인력 양성 등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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