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권 논쟁 중심에 선 '10살 성폭행 피해자'…공방 이어져

입력 2022-07-16 03:57
美 낙태권 논쟁 중심에 선 '10살 성폭행 피해자'…공방 이어져

가짜뉴스 의혹 속 범인 확인…약물낙태 의사 조사방침에 논란 확대

美하원, 연방 차원 낙태권 보장법안 처리…상원 통과 가능성은 희박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 권리를 인정한 판결을 폐기한 가운데 성폭력으로 임신을 한 뒤 다른 주로 이동해 낙태한 오하이오주 10살 피해자 문제가 낙태권을 둘러싼 미국 내 공방의 최전선에 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권 확대와 사생활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춘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 격정적으로 거론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이 사례가 낙태권 찬반 논쟁의 주요 이슈와 맞물려 논란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이 사태는 지난 1일 '인디애나폴리스 스타'가 '산부인과 의사인 케이틀린 버나드가 오하이오주에서 낙태를 하러 온 10살 성폭행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고 USA투데이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하이오주는 심장 활동이 감지된 이후에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태아의 심장 활동은 통상 임신 6주 정도에 감지되며 10살 피해자의 경우 임신 6주 3일이 경과한 상태였다.

앞서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에 대한 결정 권한을 주(州)로 넘겼다.

이에 따라 오하이오 등 보수 지역에서는 곧바로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오하이오주 10살 성폭행 피해자도 이 법에 따라 낙태 시술이 가능한 다른 주로 이동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낙태권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 성폭력 피해자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나 공화당 등 미국 내 일부에서는 소녀의 신원이나 강간범 검거 등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례를 '가짜 뉴스'로 보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인 오하이오주 데이브 요스트 법무부 장관도 "매일 점점 더 이 건은 조작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우리 주 내의 경찰과 검사들을 아는데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샅샅이 뒤지고 기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사안에 범인이 잡히지 않았을 리 없다면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론한 성폭행 피해자를 아무도 특정하지 못했다면서 '사실이라기에는 너무 좋은 낙태 사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범인이 검거됐으며 이 소녀를 최소 2차례 성폭행했다는 자백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라 WSJ은 지난 13일 이전 사설을 수정했다.

낙태 시술이 이뤄진 인디애나주에서도 공격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인 토드 로키타 인디애나주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폭스뉴스에 출연, 산부인과 의사 버나드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혔다.

그는 주(州)법상 보고 의무를 거론하면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그건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별도 성명도 내고 환자에 대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공유해 의료정보법(HIPPA)을 위반했을 경우 추가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의사 측 변호사는 "환자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했으며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보고 의무와 관련, 버나드는 지난달 30일에 '약물 낙태'를 실시했다고 이달 2일에 주(州)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인디애나주는 16세 이하에 대한 낙태에 대해서는 3일 내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등의 이런 공방은 오하이오주 10살 성폭력 피해자 사례가 낙태를 어느 시기까지 허용할지 등의 핵심 쟁점이 반영된 극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는 낙태를 금지한 주에서 다른 주로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이동할 수 있는지의 문제, 낙태와 관련한 환자의 개인 정보 보호 문제 등 이른바 '포스트 대법 판결'의 주요 쟁점도 맞물려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성폭행을 당하고 낙태를 위해 주 경계선을 넘은 10살 오하이오 소녀가 약 2주간 전국적인 낙태 논쟁의 발화점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하원은 이날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담은 법안을 찬성 219표, 반대 210표로 가결 처리했다.

하원은 또 낙태를 위해 다른 주로 이동하는 여성에 대한 처벌을 금지하는 법안도 의결했다.

하지만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석을 양분하고 있고, 공화당은 이 법안 내용에 반대하고 있어 이들 법안이 실제 상원 본회의를 통과하고 발효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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