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아장 꼬마의 마지막 모습…러 폭격 사망자에 애도 물결
발달센터 가던 4세 리사, 빈니차 폭격으로 사망…어머니도 중태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빈니차에 가해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4세 어린이와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날 사건으로 사망한 4세 어린이 리사의 어머니가 폭격 직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영상 하단에는 폭격이 발생하기 약 1시간 12분 전인 오전 9시 38분이라는 시간이 찍혀 있었다.
8초짜리 영상에서 꼬마 리사는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유모차를 직접 밀면서 거리를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영상을 찍는 어머니와 짧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바닥을 봤다가 어머니와 카메라를 번갈아 응시하는 등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리사라는 어린 소녀가 목숨을 잃었다"며 "아이의 어머니인 이리나는 다리가 찢긴 채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리나의 소셜미디어 페이지가 그녀 딸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언론인 다닐로 모크리크는 "리사는 어머니와 함께 빈니차에 있는 발달센터로 가는 길이었다"며 "잠시 뒤 러시아 미사일이 빈니차 도심을 공격했고 리사는 현장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소녀의 어머니인 이리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리사의 다른 사진과 함께 "'오크'(서양 판타지에 등장하는 가상의 야만 종족)를 향한 모든 박격포와 포탄, 그리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에는 그 아이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리사의 어머니는 그 아이를 '천사'라고 불렀다. 리사가 얼마나 그녀에게 특별했는지를 보여주는 많은 글이 있다"며 "참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번 폭격 직후 주변을 촬영한 영상과 현장의 참상을 담은 여러 게시물이 올라왔다.
폭격 당시 주변 광장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가던 시민들이 폭발의 굉음과 충격파에 쓰러지고 달아나는 혼돈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평화롭던 거리는 불과 1~2초 만에 재와 연기로 어두워졌고, 폭발의 파편과 잔해가 거리로 날아들어 시민들이 고개를 숙인 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평화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일상을 순항 미사일과 로켓포로 매일같이 파괴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다시 한번 자신들이 테러국가로 인정돼야 함을 증명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러시아는 14일 오전 10시 50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빈니차를 향해 흑해의 잠수함에서 여러 발의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중 3발이 현지 사무실과 주변 주거단지에 맞았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어린이 3명 포함 23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는 100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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