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사들, 모든 사건에 대해 AI 상담 받는다
최고인민법원 국장 "AI가 매일 10만건 분석하고 재판 과정 주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법률 시스템의 모든 부문에서 인공지능(AI)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베이징 최고인민법원이 밝혔다.
최고인민법원 정보센터의 쉬젠펑 국장은 지난 12일 중국공정원(CAE)이 발간하는 '전략연구'에 실린 보고서에서 "스마트 법원 시스템이 중국 전역 모든 판사의 책상과 연결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전했다.
쉬 국장은 "머신 러닝 기술로 구동되는 이 시스템은 참고용 판례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법과 규정을 추천하며, 법적 문서의 초안을 작성하고, 평결에서 인적 오류가 인지된다면 이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AI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판사들의 업무를 평균 3분의 1 줄였고 중국 인민들의 노동 시간을 17억 시간 절약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기간 사회적 비용이 3천억 위안 이상 절약됐는데, 이는 지난해 중국 전체 변호사 비용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AI가 매일 중국 전역에서 10만건에 가까운 사건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동시에 모든 사건의 진행 과정을 주시하며 부정이나 부패의 징후가 있는지 살핀다고 밝혔다.
AI는 또한 기결수의 재산을 거의 즉시 찾아내고 압류해 온라인 경매에 내놓으며 판결의 집행 과정도 지원한다.
쉬 국장은 "스마트 법원 시스템의 광범위한 적용은 인간 문명의 사법적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 법원 시스템이 6년 전 도입됐을 때만 해도 이는 단순히 데이터베이스 역할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의사 결정 과정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고인민법원의 요구에 따라 판사들은 모든 사건에 대해 AI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AI의 추천을 거부할 경우 기계는 판사에게 기록과 감사를 위한 설명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AI가 전적으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쑨위바오 양저우 경제 인민법원 판사는 이달 법률 저널 '합법적 시야'에 게재한 글에서 "스마트 법원 시스템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며 "우리는 인공 지능에 대한 대중의 높은 기대치를 낮추고 판사의 역할을 옹호해야 한다. AI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장링한 중국 정법대 교수는 AI의 급속한 부상은 인간이 기계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지난 10일 발간된 '법과 사회 발전' 저널 기고를 통해 경고했다.
그는 중국의 AI 개혁의 목표는 사법적 재량권을 줄이거나 경험과 훈련에 기반한 인간 판사의 의사 결정 권한을 줄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어느 정도까지는 효율과 공정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인간은 점차 자유 의지를 잃고 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또한 중국 거대 기술 기업들이 깊게 관여해 만들어진 스마트 법원 시스템은 알고리즘 개발이나 데이터베이스 감독, 코딩에 관여한 소수의 기술 전문가들 손에 너무나 많은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법원뿐만 아니라 경찰과 검찰도 용의자 검거와 기소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학원이 공무원의 사회적 관계를 감시하고자 만든 반부패 AI '제로 트러스트'는 일부 도시에 배치되면서 현지 공무원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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