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 "도쿄전력 옛 경영진, 회사에 127조원 배상하라"
주주 대표소송 1심…경영진에 원전 사고 민사책임 지운 첫 판결
형사재판은 1심 무죄…내년 1월 항소심 판결 예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시 도쿄전력 경영진이 도쿄전력에 거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회사가 큰 손해를 봤다며 도쿄전력 주주 48명이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회장 등 도쿄전력 옛 경영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대표 소송에서 피고들이 13조3천210억엔(약 126조9천억원)의 배상금을 도쿄전력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13일 내렸다고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가쓰마타 전 회장 등에게 "안전 의식이나 책임감이 근본적으로 결여됐다"며 이들이 만약 경영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원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이같이 판결했다.
원고들은 사고 전부터 탈원전을 요구해 온 도쿄전력 개인 주주들이다.
이들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 폐로(廢爐), 방사성 물질 오염 제거 등 원전 사고로 도쿄전력이 떠안게 된 비용이 22조엔이라고 추산하고 가쓰마타 등 당시 경영진이 이 금액을 도쿄전력에 지불할 것을 요구하며 2012년 3월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일본에서 제기된 주주 대표 소송 중 가장 컸다.
원고들은 2002년 일본 정부가 공표한 지진 예측 장기평가나 이를 토대로 도쿄전력이 2008년 계산한 쓰나미(지진해일) 예측치(최대 높이 15.7m)가 합리적이고 신뢰할만한 것이었음에도 경영진이 방조제 건설이나 원자로 건물 침수 대책을 게을리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가쓰마타 등 옛 경영진은 "장기평가의 신뢰성이 낮았고 거대한 쓰나미로 피해가 생길 것을 예측할 수 없었다. 설사 예측이 가능했더라도 대책을 세울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법원이 이들의 변명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NHK는 이번 판결이 원전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의 민사 책임을 인정한 첫 사법 판단이라고 전했다.
그간 원전 사고와 관련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재판이 여러 건 있었다.
원전 사고로 피해를 봤다며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는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지난달 내린 바 있다.
경영진의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앞서 도쿄지검은 가쓰마타 전 회장 등 옛 경영진 3명을 불기소 처분했으나 이들은 검찰 심사회의 결정에 따라 업무상 강제치사상 혐의로 강제 기소됐다.
1심을 담당한 도쿄지방재판소는 '거대한 쓰나미를 예견하지 못했고, 원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곤란하다'며 2019년 9월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찰을 대신해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변호사가 항소했고, 내년 1월 도쿄고법이 2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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