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점 받던 웹망원경…NASA '비주류' 흑인이 95점 만들었다

입력 2022-07-13 12:34
수정 2022-07-15 21:16
55점 받던 웹망원경…NASA '비주류' 흑인이 95점 만들었다

2018년부터 제임스웹 프로젝트 맡은 로빈슨 디렉터

담배 소작농 집안 출신…1989년 NASA 합류한 '소통의 달인'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의 '빛나는 성공' 뒤에는 프로그램 디렉터인 그레고리 로빈슨(62)이 있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3월부터 웹 망원경 프로젝트를 이끈 로빈슨을 조명하는 기사를 11일(현지시간) 내보냈다.

웹 망원경 합류 전 NASA에서 100여건의 프로젝트 평가를 맡았던 로빈슨은 당시 과학 임무 책임자인 토머스 주부첸의 영입 제안에도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주부첸은 로빈슨이 이미 수많은 프로젝트를 지켜본 경험이 있는 데다,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그에게 웹 망원경 프로젝트를 맡겼다.

사실 로빈슨의 경력은 NASA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통한다.

현재 NASA에서 엔지니어급 중에는 흑인이 많지만, 고위급 관리자 중에서는 드문 편이다.

버지니아주 댄빌에서 태어난 로빈슨은 담배 소작농을 하던 부모 아래 11명의 자녀 중 9번째로 태어났다.

버지니아 유니언대와 하워드대에서 각각 수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NASA에는 1989년 입사해 글렌 연구센터 부소장, 수석엔지니어 등을 지냈다.

디렉터로 부임했을 때는 웹 망원경 프로젝트에 대한 여론이 썩 좋지는 않던 시기였다.

이미 수차례 연기를 거듭한 발사 일정이 또다시 뒤로 밀렸고, 비용은 계속 불어났다.



NASA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꾸려 조언을 구했고, 검토위는 문제를 살펴본 후 32가지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권고안 중 하나는 각종 내재된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우주선 전체를 조사하라는 것으로, 로빈슨은 팀원들에게 설계 도면과 사양을 일일이 확인하고 부품 주문·납품 내역을 꼼꼼히 대조하도록 했다.

로빈슨은 "경험 많은 사람들이 이끄는 팀이 여럿 구성돼 정말로 서류 작업에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설계 내용과 일치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로빈슨은 그 중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만한 것은 없었지만, 모두 고쳤다고 했다.

로빈슨 취임 당시 애초 계획 대비 약 55% 수준이던 웹 망원경의 일정 적합도는 몇달 후 95%까지 올랐다.

특히 웹 망원경 팀은 똑똑하고 경험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비판을 경계하던 분위기도 그의 부임 이후 확 바뀌었다고 한다.

로빈슨이 팀 내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나쁜 소식이라도 기꺼이 공유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일정 추가 지연, 비용 초과, 코로나19 대유행, 발사체 어댑터 장착 문제 등 각종 어려움이 계속됐다.

그러나 결국엔 작년 성탄절 웹 망원경은 발사됐고 일은 순조롭게 돌아갔다. 관측도 시작해 더는 디렉터 자리가 필요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실직을 앞둔' 로빈슨은 이제 자신은 임무를 다함으로써 일자리를 잃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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