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Eye] 바이러스 주입해도 안 걸렸지만 오미크론은 못 피해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세계 유일 실험 참가자들 소감
"사태 해결 돕고 싶었다…충분히 설명 들어서 걱정 안돼"
[※ 편집자 주 : '런던 Eye'는 런던의 랜드마크인 대관람차의 이름이면서, 영국을 우리의 눈으로 잘 본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영국 현지의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코에 바이러스를 넣었을 때도 안걸렸는데 올해 봄에는 코로나19에 걸려 꽤 고생했어요. 오미크론 변이였던 것 같아요"
건강하고 성격이 활발한 청년으로 보이는 파리스 아흐마드(20)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코에 직접 주입하는 실험에 참여한 경험에 관해 별일 아니었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얘기했다.
아흐마드씨는 지난해 3월 영국 런던의 임피리얼 칼리지의 세계 처음이자 유일한 코로나19 인체실험에 자원해서 참가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접촉부터 시작해 감염, 회복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건강한 18∼29세 남녀 청년 36명을 고의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하는 실험이었다.
주입된 바이러스 용량은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장 전염성이 있을 때 콧물 한 방울에서 발견되는 양과 비슷하게 책정됐다. 바이러스는 알파 변이가 나오기 전에 초기 버전이었다.
연구진은 2주간 로열프리런던 병원에서 격리 상태에서 피실험자들을 지켜본 뒤 이후 1년간 추적관찰했다.
지금도 놀랍지만 당시로선 충격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일이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실험 당시 아흐마드씨를 포함해 16명은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했는데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2명은 실험 중 항체가 확인돼서 중도탈락했다.
임피리얼 칼리지는 최근 실험 연구진과 참가자 3명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험에 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아흐마드씨는 실험 이후에도 코로나19에 안걸렸냐는 질문을 받고 "마지막 정기 검사할 때 감염을 확인했고 이제 회복한 지 두세달 됐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 피비 개럿(21)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개럿씨는 "실험 이후에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해도 안걸리나 할 정도였는데 올해 1월 코로나19 정기 검사에서 두 줄이 떴다"고 말했다.
알라스태어 프레이저-얼쿠하트(19)씨는 실험 때 코로나19에 걸려서 이틀간 가볍게 증상을 앓았고 이후 오미크론 변이 유행 때 재감염됐다.
그는 "실험 중 감염됐을 때 기침을 조금 하고 코가 간지러웠다"며 "연구를 위해서 증상을 최대한 많이 쥐어 짜내고 싶었다"고 농담을 했다.
이날 행사에 나온 참가자 3명은 초기 신청자 2만6천937명 중에 전화 사전점검과 건강검진 평가 등을 거쳐서 최종 선발됐다.
다들 젊고 건강하고 밝고 쾌활하고 낙관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이 실험에 왜 참가했을까.
아흐마드씨는 "코로나19로 유급휴직 상태였는데 실험 참가자 모집 광고를 보고는 이 상황을 해결하는데 독특하게 보탬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럿씨는 "실험이 흥미로워 보였고, 기왕 코로나19 걸린다면 의료진이 밀착 관찰하는 병원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엔 어머니가 안된다고 했지만 나중엔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정말 코로나19 감염이 무섭지는 않았을까. 영국은 실험 직전인 2021년 초에는 하루 사망자가 무려 1천명이 넘기도 했다.
아흐마드씨는 "젊고 건강한 경우 위험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에 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진 않았고 장기간 여러 단계를 거쳐서 참가 확정 통보를 받다 보니 '위너'가 된 듯한 기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할 때는 코에 바이러스를 넣을 때 불편하고 격리된 채로 주말에 할 일이 없어서 답답한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개럿씨는 "바이러스를 주입하기 위해 누워있을 때까지도 연구진이 정말 하겠냐고 몇 번이고 물었다"며 "관찰 중에 엑스레이를 여러 번 찍은 것이 더 걱정됐다"고 말했다.
기왕에 코로나19 감염이 많고, 일상이 마비된 상황이다 보니 실험에 참여한다고 해서 감염과 일상생활 차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겼을 수도 있을 듯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임피리얼 칼리지의 피터 오픈쇼 교수는 코로나19 인체실험이 영국에서만 이뤄진 이유에 관해 "일반인들의 이해도가 높고, 금전적 보상에 관한 집착이 적으며, 연구 윤리 관련 시스템이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선 이미 18세기에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 고름을 아이에게 주입해서 종두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오픈쇼 교수는 "영국은 이런 실험을 많이 해봐서 전문성을 갖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가서 이 실험에 관해 얘기하면 경악하는 반응이 나왔고 미국에서는 소송 걱정이 안되냐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영국 연구윤리위원회(REC)의 실험 심사 과정을 가상극처럼 보여주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매우 낮은 함량의 바이러스로도 여럿이 감염될 수 있고, 코로 바이러스를 주입했지만 감염 초기에는 목에서 바이러스가 더 많이 검출됐으며, 신속검사(LFT)도 신뢰할만하다는 결론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험결과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특히 어떤 이유로 감염 여부에 차이가 났는지는 더 연구하고 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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