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재 고립 짐바브웨를 남아프리카 전략거점으로 활용"

입력 2022-07-11 13:36
"중국, 제재 고립 짐바브웨를 남아프리카 전략거점으로 활용"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빈국 짐바브웨를 남아프리카의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11일 전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이달 초 짐바브웨를 찾아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을 촉진하는 데 짐바브웨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군과 군, 인민과 인민, 정부와 정부 등 짐바브웨와 모든 차원에서 교류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은 외세의 간섭과 일방적인 제재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짐바브웨는 인권 탄압과 백인 농장주의 땅 몰수로 지난 20년간 미국 등 서방의 제재 속에서 세계 시장과의 교류가 차단됐다.

중국은 그런 짐바브웨의 최대 자금줄이 돼 수력발전소, 화력발전소, 공항, 도로, 제철소 등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짐바브웨에 총 3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건축비 1억4천만 달러(약 1천814억원) 짜리 의사당 건물을 지어서 짐바브웨에 선물로 주기도 했다.

대외 부채가 144억 달러(약 18조7천억원)에 달해 갚을 능력도 없는 짐바브웨에 중국이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절박한 짐바브웨를 온전히 자국 편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에서 확실한 지지표를 확보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짐바브웨 전직 장관 출신으로 현재는 싱크탱크 짐바브웨 공공정책연구소를 이끄는 고든 모요 박사는 "중국이 짐바브웨에 제공하는 차관의 대부분은 광물, 다이아몬드, 백금, 석탄 등의 자원을 담보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이러한 자원을 담보로 한 인프라 모델을 위험 분산 전략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치에서 지정학적 공작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짐바브웨는 중국에 빚을 지는 한 모든 대형 글로벌 사안에서 중국 편을 들어야 한다. 이는 짐바브웨가 악성 채무국임에도 중국이 계속 돈을 빌려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짐바브웨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을 이용해 경쟁 없이 짐바브웨의 자원들을 빼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짐바브웨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 광산을 잇달아 인수했다.

조지워싱턴대의 데이비드 신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짐바브웨와 서방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이 짐바브웨와 관계 강화를 하는 게 더 수월해졌다"며 2017년 무가베 정권을 무너뜨리고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이 권력을 쥐는 데도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SOAS)의 스티븐 찬 교수는 "중국은 짐바브웨를 남아프리카에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핵심 전략적 거점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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