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넘긴 블루투스, 허점 많지만 전성기는 '아직'"
"보안문제 등 불구 수요 증가…만물 연결 '접착제' 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가까운 거리의 기기들을 무선으로 연결시켜 주는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bluebooth)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다.
미국 CNN 방송은 10일(현지시간) '왜 블루투스는 20년 후에도 여전히 '드물게 골치아픈'(unusual painful) 기술로 남아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블루투스를 조명했다.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유명한 바이킹의 왕 '하랄드 블루투스'에서 명칭이 유래된 이 통신기술은 21세기의 유망한 통신기술로 2000년대 초반부터 언급되기 시작했다.
본명이 하랄드 블라톤 고름손인 바이킹 왕은 블루베리를 즐겨 먹어 치아가 푸른 빛을 띠었다는 이유로 '블루투스'로 불렸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통일한 바이킹 왕처럼 블루투스 기술은 PC와 휴대전화, 디지털 기기 등 서로 다른 장비들을 하나의 무선통신 규격으로 통일해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을 지향한다.
기술시장 컨설팅 전문회사인 ABI 리서치에 따르면 시장에 풀릴 블루투스 연동 기기는 올해 50억개, 2026년에는 70억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블루투스는 대중에 널리 퍼져 있다.
블루투스는 스마트폰부터 냉장고, 전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물에 적용되면서 다수의 제품들을 때때로 서로 매끄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탄생 이후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성년에 지났지만 블루투스는 여전히 '골치아픈' 문제들에도 노출돼 있다.
새로운 기기를 연결하려면 세팅을 해야 한다거나, 기기들 사이에 헤드폰을 바꿔야 하고, 때로는 너무 멀어서 연결이 안 될 때도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전문가인 미 카네기멜론 대학의 크리스 해리슨 교수는 이런 블루투스의 특성과 관련, "블루투스와는 정말이지 '애증의 관계'"라며 "작동을 잘 하면 굉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머리카락을 뽑아버리고 싶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해리슨 교수는 "블루투스를 가능한 한 매끄럽고, 편하게 만든다는 게 (제조사들의)약속이지만, 아쉽게도 그 지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블루투스는 생래적으로 단거리를 커버하고 있다는 점에서 와이파이(Wi-Fi)와는 다르다.
또한, 블루투스 신호는 AT&T나 버라이즌와 같이 대형 통신사들이 통제하는 사적인 전파와는 달리,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개방된 비인가 공중파로 움직인다.
이런 특성 덕분에 개발이 용이해지고, 폭넓은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감수해야 하는 비용도 있었다.
가령, 블루투스는 아기의 움직임을 감독할 수 있는 기기인 베이비 모니터나 TV 리모컨과 같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비슷한 다른 기기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들 기기의 전파 간섭은 블루투스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보안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와이파이와 마찬가지로, 블루투스는 주의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대표적인 블루투스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2020년 미 대선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영상을 보면 한 손에 유선 헤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랫동안 블루투스 헤드폰이 보안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같은 결점에도 블루투스 관련 사업은 계속 번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은 전통적인 헤드폰을 버리고 초소형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출시했고, 다른 테크 기업들 역시 블루투스를 이용한 비슷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해리슨 교수는 블루투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블루투스는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며 "블루투스는 사물인터넷이나 다른 스마트 기기들이 근거리에서 작동할 수 있게 적용되면서 더 성장하고, 모든 것을 연결하는 '접착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