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독재 가문 라자팍사, 이번에는 완전히 막 내릴까(종합)

입력 2022-07-10 16:24
수정 2022-07-10 17:32
스리랑카 독재 가문 라자팍사, 이번에는 완전히 막 내릴까(종합)

2005∼2014년 스리랑카 정계 장악…2019년 대선 승리로 부활

야권은 분열…강력한 중심 세력 없어 라자팍사 가문 부활 가능성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강종훈 특파원 =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의 대통령이 전격사임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2005년부터 스리랑카를 장악했던 라자팍사 가문의 '가족 통치'도 막을 내릴 전망이다.

10일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에게 오는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수천명의 시위대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대통령 집무동 등을 점령했고, 시위가 격화하자 각 정당 대표가 대통령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결국 고타바야 대통령이 사임하기로 한 것이다.

라자팍사 가문이 스리랑카 정계를 장악한 것은 2005년부터다.

고타바야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는 2005년 대통령에 올랐고, 2014년까지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당시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을 고타바야가 맡았다.

또 라자팍사 가문 인물들이 주요 요직을 싹쓸이하며 스리랑카 정치를 완전히 장악했다.

집권 당시 마힌다 전 대통령은 스리랑카 소수 집단에 대한 탄압, 인권 문제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라자팍사 가문은 수십 년간 진행된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을 2009년 종식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부군이 민간인 4만5천여명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를 비롯한 여러 인권 탄압 사건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2015년 1월 마힌다는 3선에 실패, 라자팍사 가문의 독재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반전은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부터 시작됐다.

부활절인 2019년 4월 21일 콜롬보 시내 성당과 호텔 등 전국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폭탄이 터져 2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용의자로 지목했고, 다수 불교계 싱할라족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그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는 총리로 형 마힌다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또 이전처럼 여러 요직에 라자팍사 가문을 앉혔다.

2004∼2015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한 라자팍사 가문은 다시 '가족 통치' 체제를 구축하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스리랑카가 경제난에 부닥치면서 가문의 입지는 다시 흔들렸다.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라자팍사 가문의 부패와 실정을 비판하는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스리랑카는 주력인 관광 산업이 무너지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쳐 1948년 독립 후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올해 2월 석탄, 석유 등 연료를 수입할 달러가 바닥나면서 연료 부족, 전력난을 겪었다. 주유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식품도 부족해졌다.

병원에서는 의약품이 없어 수술이나 치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민생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스리랑카는 지난 4월 '일시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정권 퇴진 요구 시위는 점점 거세졌고 결국 마힌다는 지난 5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내각에 포진했던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 3명도 모두 사퇴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야권 지도자 중 한 명인 라닐 위크레메싱게 전 총리를 신임 총리로 임명하는 등 혼란 수습에 나섰다.

이후 정국이 다소 안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생필품 부족과 극심한 고물가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시위가 다시 확산했다.

전날 고타바야 대통령마저 사퇴 의사를 밝히며 라자팍사 가문은 다시 한번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다만 라자팍사 가문이 얼마 안 가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야권이 분열돼있고 라자팍사 가문처럼 강력하게 정국을 이끌 대안 세력이 별로 없어서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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