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포기' 머스크, 직후 열린 콘퍼런스선 화성 얘기만
로이터 "출산율의 긍정적 효과 칭송도…행사엔 트위터 CEO도 참석"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트위터 인수계약 일방 파기를 선언해 트위터는 물론 글로벌 IT업계를 뒤집어놓은 일론 머스크(51) 테슬라 CEO가 그 직후 열린 콘퍼런스에선 화성 정착이나 출산율 제고 등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았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미국 아이다호주 휴양지 선 밸리에서 열린 '앨런&코 콘퍼런스'(선 밸리 콘퍼런스)에서 트위터 계약 파기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트위터의 대우나 트위터의 고객 데이터 공유 방식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온 그는 이 자리에서도 그 문제를 다시 거론하긴 했지만 계약 파기에 대한 내용에는 함구해 참석자들을 실망시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표방하는 목표인 '화성 이주'에 대해 열변하며 자신의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고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쌍둥이를 낳은 머스크는 콘퍼런스 참석자들에게 출산율 제고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력히 설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임원 시본 질리스(36)와의 비밀연애를 통해 최근 쌍둥이를 얻었다. 이로써 2008년 첫 결혼 이후 만난 여성들과 사이에서 모두 9명의 자녀를 두게 됐다.
앞서 머스크는 콘퍼런스 참석을 24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440억 달러(약 57조2천억원)짜리 트위터 인수 거래를 파기한다고 선언하는 8쪽 분량의 서한을 트위터 측에 전달했다.
'가짜 계정 현황을 제공한다'는 계약상 의무를 트위터가 준수하지 않았고, 직원 해고 등 영업행위 변경 사항에 대해 동의를 구하지 않는 등 인수계약 조건을 크게 위반했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4월 말 갑작스럽게 인수 방침을 발표해 트위터를 뒤흔들어놓았던 머스크가 두달여 만에 또 갑자기 일방적으로 인수 철회를 발표하자 트위터 측은 발끈했다.
트위터는 즉각 소송 제기 방침을 밝히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로이터는 "트위터의 파라그 아그라왈 CEO와 네드 세갈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이번 콘퍼런스에 자리했는데, 머스크의 (계약 파기) 선언에 불편함을 느꼈을 2명의 참석자"라고 전했다.
트위터에서 스팸 발송에 악용되는 프로그램인 '스팸 봇' 금지를 주장했던 머스크가 스팸 봇을 옹호한 아그라왈에게 인분 모양 이모티콘을 보낸 게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공개 메시지였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선 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선 밸리에서 주최해온 국제 비즈니스 회의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미디어와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이 주요 초청 대상자여서 '억만장자 사교클럽'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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