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트위터, 긴 법정공방 예고…전문가들 "트위터 유리한 듯"

입력 2022-07-10 03:27
머스크-트위터, 긴 법정공방 예고…전문가들 "트위터 유리한 듯"

법률 전문가들 "이런 규모 사안 전례없고 머스크 같은 적수도 없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57조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한다고 선언함에 따라 기나긴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머스크는 8일(현지시간) 440억달러(약 57조2천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했던 거래를 종료하겠다고 트위터에 통보했다.

트위터상의 가짜 계정 현황을 제공한다는 계약상 의무를 트위터가 준수하지 않았고, 직원 해고 등 영업행위 변경 사항에 대해 동의를 구하지 않는 등 인수 계약 조건을 크게 위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자 트위터는 머스크가 인수 계약을 이행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머스크가 합의한 가격과 조건으로 거래를 종료할 것을 약속한다"며 "인수 합의를 강제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률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의도대로 쉽게 계약을 끝낼 수 없으며 여러 달이 소요되는 긴 법정 싸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툴레인 법학대학원의 기업 지배구조 교수 앤 립턴은 트위터 이사회가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트위터가 그저 '좋다. 주당 인수가를 20달러 깎아주겠다'라거나 '위약금 수십억달러만 내면 물러서기로 합의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트위터는 주주들로부터의 소송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립턴 교수는 인수 합의는 중간에 그만두기가 대단히 어렵고,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트위터가 스팸 계정 수치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증거를 머스크가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머스크와 트위터가 4월 체결한 인수 계약서에 따르면 어느 쪽이든 계약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으로 10억 달러(약 1조2천950억 원)를 내게 돼 있다.

머스크의 변호인은 트위터에 보낸 서한에서 트위터가 인수 계약의 여러 조항을 중대하게 위반했으며, 가짜 계정이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지를 거짓되고 오도하는 식으로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립턴 교수는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고 하려면 너무 악의적이어서 트위터의 수익 잠재력에 장기적인 여파가 있을 정도의 거짓 진술을 트위터가 했다고 머스크가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립턴 교수는 이 사안이 법정으로 간다면 트위터가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보스턴칼리지 법학대학원의 브라이언 퀸 교수는 트위터가 며칠 내로 기업 간 분쟁을 다루는 델라웨어 형평법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자사가 계약 조건을 위반했는지 판단한 뒤 머스크에게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고 인수 거래를 완료하라고 명령하라고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클리 법률기업센터의 애덤 스털링 소장은 트위터가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진 반면 머스크는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지적했다.

스털링 소장은 "머스크는 처음에는 봇(스팸 발송 자동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췄고 회사 실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능한 모든 근거를 다 내던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자가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 립턴 교수는 트위터가 소송을 피하기 위해 인수 가격을 소폭 조정하기로 합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머스크가 어떤 선에서 만족할지는 알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립턴 교수는 "머스크는 거래 중단이나 아주 극적인 가격 조정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양자는 지금으로선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스털링 소장은 "트위터는 아주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진 듯하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사안은 전례가 없었고, 머스크 같은 적수도 없었다"면서 "그가 뭘 할지를 두고 많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