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아베에 한발 더…"아베에 불만…정치신조 원한은 아냐"(종합)

입력 2022-07-08 17:30
수정 2022-07-11 09:14
돌아보는 아베에 한발 더…"아베에 불만…정치신조 원한은 아냐"(종합)

참의원 선거 이틀 앞두고 목소리 높이던 중 피격…긴박한 구급조치

용의자는 41세 전직 해상자위대원 수 미터 뒤에서 두발

정치 동기생 기시다 "비열한 만행…아베 목숨 유지 기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판단을 했다. 그는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펑! 툭!"

8일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한 역 근처 거리에서 유권자를 향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주먹을 쥔 손을 움직이며 목소리를 높이던 중 음색이 서로 다른 총성이 흰색 연기와 함께 두 차례 울려 퍼지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아베 전 총리가 전날 밤 결정된 일정에 따라 연설을 시작한 지 1~2분 지나 벌어진 상황이다.

일본 최장기 총리를 지냈고 퇴임 후에도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의 수장으로서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던 순간의 모습이 현장에 있던 이들의 카메라에 포착돼 유튜브와 일본 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NHK가 시청자로부터 확보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는 아베 전 총리가 연설하고 있을 때 뒤쪽 비스듬한 방향에서 다가가 가방에 있던 총을 꺼내 수 m 정도 거리에서 총을 쏜다. 총성과 함께 흰 연기가 퍼지지만 아베 전 총리는 그대로 서 있는 것으로 나온다.

총성을 들은 아베 전 총리가 연설을 중단하고 돌아보자 용의자는 더 다가가서 한발을 더 발사했다고 NHK는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셔츠에 피가 묻은 채 도로에 누워 있고 근처에 있는 인물이 양손을 포개 아베 전 총리의 가슴을 누르기도 했다. 의료진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심장 마사지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도 NHK에 포착됐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공개한 시청자 제공 영상을 보면 쓰러진 아베 전 총리를 향해 누군가가 자동 심장충격기(AED)로 추정되는 물체를 들고 접근하는 모습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구급차로 이송하는 초기 단계에는 의식이 있었고 말을 걸면 반응하기도 했으나 이후 의식을 잃었고 호흡과 심장이 정지한 상태가 됐다.



당국은 중간에 아베 전 총리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푸른 시트로 가린 상태에서 구급용 헬기에 옮겨 싣고 나라현립의과대 병원으로 이송했다.

아베 전 총리는 오른쪽 경부에서 총상과 출혈이 확인됐고, 왼쪽 가슴 부위에 피하 출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사건 발생 3시간여 흐른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가 심각한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소방 당국은 그가 심폐 정지 상태라고 설명했다.



총격 직후 갈색 긴바지에 회색 티셔츠를 입은 야마가미가 현장에서 경찰에 제압됐다. 그가 갖고 있던 총도 압수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산탄총이라는 추정이 경찰 관계자 측에서 나오는 한편 수렵 단체 관계자는 흰 연기 등에 비춰볼 때 산탄총은 아닌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수제 총 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개조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목격자들은 야마가미가 달아나려는 시도 등은 하지 않고 순순히 붙잡혔다고 전했다.

야마가미는 2005년 무렵까지 3년간 해상자위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고 했지만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NHK와 교도통신은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어떻게든 목숨을 유지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이뤄지는 중에 벌어진 비열한 만행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3년 7월 총선에서 처음 당선돼 아베 전 총리와 국회 입문 동기이며 아베 정권 시절 외무상 등 요직에 기용되기도 했던 기시다 총리는 피격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평소와 다르게 말을 더듬거리나 다소 목이 메는 듯한 어조를 보이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