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돈바스로는 성에 안 차나…"이제 시작" 으름장
동부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주에 전력 집중
내부적으로 장기전 대비하면서 전선 다시 확대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장악을 눈앞에 뒀지만 침략을 중단하거나 평화협상에 나설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돈바스 지역의 '해방'을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이 지역을 어느정도 점령하는 시점이 되면 전쟁의 양상이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의 크로마토르스크 도심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최소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전날 이웃 도시인 슬라뱐스크에서도 공습을 감행하는 등 도네츠크주에서만 하루 최소 7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러시아군이 연일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는 도네츠크주의 양대 전략 요충지다.
돈바스 지역의 절반인 루한스크주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이 두 도시를 집중 공략해 도네츠크주 마저 완전히 손에 넣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른바 '돈바스 해방'이라는 군사 목표도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멈추지 않고 더 '깊숙이' 진격하려는 기류가 속속 감지된다.
당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이런 의도를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은 7일 하원 원내 정당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우리는 아직 본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바스 함락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나온 이러한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까지 이른바 '특별 군사작전'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을 향해 "전장에서 우리를 패배시키겠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할 테면 해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앞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5일 우크라이나를 비무장·중립지대로 만들고, 나치 세력을 제거하고 주민을 집단 학살에서 보호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2월 24일 침공 이유로 밝힌 것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면서 러시아가 최근 전과에 만족하지 않으며 돈바스 지역을 넘어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하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축소에 유럽이 상당히 큰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서방의 무기 지원 속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역시 소모되는 점도 이런 '강공'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또 흑해 최대 요충지로 꼽히는 뱀섬(즈미니섬)에 재공격을 감행, 전선을 다시 확대하는 모습이다.
뱀섬은 러시아에 점령됐다가 최근 두 달여 만에 우크라이나가 수복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지난달 30일 뱀섬에서 병력을 전면 철수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다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하는 등 공습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러시아로선 뱀섬을 손에 넣으면 몰도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루마니아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게 되므로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장기전 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하원은 국영은 물론 민영 기업의 노사관계를 감독·규제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정부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직접 통제하는 물자 동원체제 도입 법안을 채택했다.
정부가 휴가 중인 노동자를 업무에 복귀시키고, 노동자 동의 없이 근무시간을 재조정하고, 주말·휴일·야간에도 일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장기전에 대비,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산업의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서방 제재의 영향을 완화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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