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올라선 영국 존슨 총리, 스캔들로 불명예 조기 퇴진

입력 2022-07-07 20:17
수정 2022-07-08 12:57
브렉시트로 올라선 영국 존슨 총리, 스캔들로 불명예 조기 퇴진

성비위 측근 인사 문제가 결정타…본인도 파티게이트, 막말로 3년 임기 내내 구설수

코로나19·경제위기 등에 무능 부각돼…러·EU에 강경대응으론 민심 못돌려

어수룩한 외모지만 명문교 출신 엘리트…정치 입문 전부터 논란 몰고다닌 '이단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임명된 지 약 3년 만에 불명예 낙마하는 처지가 됐다.

정치 이단아로 불리던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완수를 내걸고 권력을 틀어쥐었으나 끊이지 않는 스캔들과 무능으로 인해 추락했다.

브렉시트, 코로나19, 파티게이트, 신임투표 등 숱한 위기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으나 결국은 자초한 위기를 넘지 못하고 실패한 리더로 남게 됐다.

◇코로나19부터 파티게이트까지…권위 잃은 '존슨호' 결국 침몰

존슨 총리는 정치 입문 전부터도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었는데 매번 뱀처럼 빠져나가고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며칠 전만 해도 '스스로 물러날 사람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2019년 7월 당권을 쥐고 난 직후에도 정치 기반 부족으로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끝날 뻔했는데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져서 전세를 뒤집었다. 그 해 12월 선거에서 브렉시트 완수를 내걸고 대승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그 기세를 몰아 본격 국정운영에 나서려고 했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정부가 초기에 우왕좌왕한 탓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경제가 고꾸라지는 등 피해가 막중했고 본인조차 중환자실에 입원하기도 했다. 영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가장 큰 피해를 겪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래도 이후 브렉시트 본격 단행,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한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파티게이트와 물가 급등이라는 복병이 등장해 도덕성과 능력 측면에서 크게 흠집이 났다.

특히 코로나19 봉쇄 중 총리가 방역규정을 어기고 파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존슨 총리의 화려한 언변으로도 정부 내부 조사 보고서와 경찰 수사 결과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실들을 가릴 수가 없었다.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영국이 강경대응에 앞장서면서 한동안 관심이 분산됐지만 일시적이었을 뿐이다.

브렉시트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정과 관련해서 유럽연합(EU)에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고 보수당은 선거에서 잇따라 대패했다.



특히 지난달 초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에서 존슨 총리 부부가 왕실 팬들의 야유를 받는 모습이 생중계되자 위기감을 느낀 보수당 의원들이 드디어 행동에 나섰다.

전체 의원의 15% 이상의 요구로 지난달 6일 신임투표가 개최됐는데 여기서도 존슨 총리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반대가 40%가 넘는 불안한 승리였고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마침내 존슨 총리를 무너뜨린 일이 벌어졌다.

측근의 성 비위를 알면서도 주요 보직에 임명한 점과 그에 관해 거짓 해명을 한 의혹이 나오면서 상황은 1주일간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갔다.

핵심 각료인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이 사표를 던진 데 이어 수십명이 줄줄이 등을 돌렸다. 침몰하는 '존슨호'에서 빨리 탈출하려는 경쟁이 벌어진듯 했다.

내각이 붕괴할 정도 상황인데다가 보수당에서 신임투표를 다시 하겠다고 압박해오자 불사조 같던 존슨 총리도 손을 들었다.

◇ 언론인 출신에 런던시장 지낸 엘리트 스타 정치인…사생활 논란

존슨 총리는 정통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고 대중 인기를 끌어 성공한 사례다.

흐트러진 머리, 어수룩하고 괴짜 같은 행동으로 상대의 경계를 허물지만 실은 명문 기숙학교인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거친 엘리트다.

최근엔 국가를 이끄는 총리로서 진지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광대'라는 별명을 얻었다.

더 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주요 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BBC 토론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2001년부터 하원의원으로서 본격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2008년 런던 시장에 당선됐으며 2012년에 재선했다.

2015년 의회로 돌아온 후에는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총리 후보로 부상했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때는 절친 캐머런 총리에 맞서 EU 탈퇴진영을 이끌며 베팅을 했다. 예상을 뒤집고 브렉시트 결정이 나오자 유력 총리 후보로 꼽혔지만 불출마했다. 30년 절친인 마이클 고브 의원이 독자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EU 잔류파였던 테리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이 총리직에 올랐고 존슨 총리는 그 내각에서 외무부 장관으로 일했다.

이어 메이 총리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세 차례나 부결된 데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하자 당권에 도전해서 압도적 지지로 승리했다.

그때 메이 총리를 끌어내는 데 앞장선 인물이 존슨 총리인데 3년 만에 본인이 그 처지가 됐다.

존슨 총리는 기자 시절부터 총리 재임 중까지 내내 규칙 위반과 거짓말, 막말 논란을 몰고 다녔으며 사생활이 복잡하기로 유명했다.

더타임스 기자 시절 거짓 코멘트를 작성했다가 해고됐으며, 2004년에는 불륜 보도 관련 거짓 해명을 했다가 보수당 예비내각 직책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파티게이트 전에도 관저 호화 인테리어 비용 처리 문제, 보수당 오언 패터슨 전 하원의원의 로비 규정 위반 징계 무마 시도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이어졌다.

23세 연하의 셋째 부인인 캐리 여사도 국정 개입 의혹 등으로 논란을 몰고 다녔다.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수석보좌관은 캐리 여사와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뒤 존슨 총리 저격수로 돌아섰다.

존슨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밀착된 관계를 유지해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제인간" 같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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