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캠퍼스에 소녀상 영구존치…학생의회 자발적 결의
"독일 대학생들 주도로 전시 및 일상적 성폭력 반대의 상징으로 설치"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대학캠퍼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영구존치된다. 독일 대학 총학생회의 자발적인 기획과 주도 아래 공공부지에 소녀상이 영원히 둥지를 트는 것이다.
독일 카셀대 총학생회는 8일(현지시간) 독일 중부 카셀시 총학생회 본관 앞 신축공원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 제막식을 연다.
소녀상 비문에는 독일어로 "전시 여성 성폭력은 현재의 전쟁상황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문제"라면서 "소녀상은 2차대전 중 아시아와 유럽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 추모자들을 추모하고 피해생존자들이 전쟁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투쟁한 용기를 기린다"고 쓰여있다.
한국에서 독일로 공수된 소녀상은 7일 오후 총학생회 본관 앞에 설치됐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올해 초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재독 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에 연락해 대학 캠퍼스 내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의 존치 문제와 일본 정부의 철거 압박 등 어려운 상황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외교적 이해관계로 다시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녀상을 전시 및 여성에 대한 성폭력 반대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카셀에서는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규모 현대예술전시인 카셀 도큐멘타가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25일까지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도시로 연합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됐다가 복구된 카셀에서 나치즘을 성찰하고 현대미술을 복원시키고자 창설된 바 있다. 이 전시를 보러오는 인파는 500만명에 달한다.
학생들은 소녀상 설립을 위해 부지 사용에 대해 대학측의 허가를 받았고, 총학생회는 학생 의회에서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독일 대학캠퍼스내 최초, 공공부지에는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학생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여성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매년 학술회, 전시회, 워크숍 등을 개최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장기적으로 소녀상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관련행사를 추진해나가기 위해 대학내 '캠퍼스에 소녀상을'이라는 후원회를 공식 발족해 운영중이다.
이 같은 학생들의 뜻에 감동한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을 기증했고, 소녀상 작품을 국제 항공운송을 위한 비용은 독일 및 전세계 시민들이 모금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독일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전시 및 여성에 대한 일상적 성폭력 반대의 상징으로 소녀상을 설치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해 성사시킨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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