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이슬람 희생제 명절 앞두고 코로나·구제역 비상
36년 만에 구제역 발병…가축 소비량 급감
대규모 인파 몰리는 행사 예정…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이슬람 최대 축제 중 하나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를 앞두고 전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에 구제역이 발병하고 코로나19 확진자도 증가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7일 일간 콤파스와 안타라 통신 등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5월 이후 21개 주에서 31만7천 마리가 넘는 가축이 구제역에 걸렸다. 인도네시아에서 구제역이 발병한 것은 1986년 이후 약 36년 만이다.
'희생의 축제'로 불리는 이드 알 아드하는 아브라함이 아들을 희생물로 바치라는 신의 말씀을 실행에 옮기려 하자 신이 이를 멈추게 하고 양을 대신 제물로 바치도록 허락했다는 쿠란 내용에서 유래했다.
무슬림은 이날을 기념해 가축을 잡아 제사를 지낸 뒤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눠준다. 이슬람력에서 주요 명절 중 하나로 올해는 7월 9일이다.
하지만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소비자들이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먹을까 걱정돼 소비를 꺼리고 있다.
서부 자바에서 가축 거래를 하는 자말 롤레이는 "코로나 이전에는 희생제를 앞두고 소를 330마리까지 팔았고 코로나 기간에도 170마리 정도 판매했지만, 올해는 겨우 50마리만 팔았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가축 소비 증진을 위해 구제역이 사람에겐 옮기지 않으며 열에 가할 경우 구제역 세균도 모두 죽는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것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우려하는 점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이 BA.4와 BA.5가 확산하면서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에서 희생제를 맞아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예정돼 있어서다.
당장 오는 10일에는 희생제를 맞아 지난 4월에 개장한 자카르타 국제경기장에서 대규모 기도회가 열린다.
자카르타 주 정부는 기도회에 참가하는 사람은 야외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부스터 샷을 맞을 것을 권고했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샷 접종률이 20%를 밑돌아 인도네시아 정부도 백신 추가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카르타 주 정부는 성명을 통해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개인 예배 장비를 가져오고 기도와 설교 시간에 대화하지 않으며 행사 후에는 곧장 귀가하라"며 "보건 규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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