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심장으로 두달 생존한 美남성 사인은 심부전"

입력 2022-07-07 11:36
수정 2022-07-07 11:41
"돼지심장으로 두달 생존한 美남성 사인은 심부전"

메릴랜드대 의료진 발표…"거부 반응 아니라 심근 문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 받았던 미국 남성이 두달 만에 숨진 원인으로 심부전이 지목됐다.

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메릴랜드대 의료진은 3월에 숨진 데이비드 베넷(57)의 사인을 심부전으로 최근 결론 지었다.

부검 결과 그의 신체에서는 통상적인 심장 거부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심근(심장벽 근육)이 두꺼워졌다가 경직됐던 흔적이 있었다.

이는 거부나 감염을 막으려 쓰인 약물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반응 때문에 심장이 피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료진 가운데 1명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려 노력 중이다. 답이 딱 한개는 아니다"라면서도 "두달 동안 그는 회복하면서 잘 지내는 것으로 보였다. 만약 그의 심장이 갑자기 멈춘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면 그가 퇴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6월호에 실렸다.

의료진은 또 돼지 심장에서 잠복기 감염(무증상 감염)에 따른 DNA(디옥시리보핵산)를 찾아냈다고도 밝혔다.

다만 이 DNA가 심부전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의료진은 5월에도 이식된 돼지 심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DNA를 발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바이러스는 돼지 싸이토메갈로바이러스라고 불리는 것으로, 의료진은 직접적으로 양성 감염을 일으켰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동물-인간 간 장기 이식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새로운 형태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 받았던 베넷은 회복 기미를 보이며 가족과 여러 시간 대화하기도 했으나 두달 만인 3월 8일 숨졌다.

당시 의료진은 정확한 사인을 언급하지 않은 채 그가 어느 날 아침 감염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상태가 나빠졌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그의 상태 악화 원인 파악을 위해 다양한 검사를 했고, 베넷에게 여러가지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 면역촉진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이식된 돼지 심장은 갑자기 부어올랐고 액체로 가득 차면서 기능을 중단했다.

의료진은 그의 사망 당시 추가 언급을 내놓지 않은 채 학술지에 사인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베넷은 말기 심부전 환자로 시한부 삶을 살다가 돼지 심장 이식 이후 2개월 더 생명을 유지, 이종 장기 이식으로는 이례적으로 오래 생존하는 기록을 남겼다.

장기 이식 연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사례는 한편으로는 그가 34년 전 흉악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면서 윤리적 쟁점도 남겼다.

당시 베넷이 휘두른 흉기에 22살이던 피해자는 9차례나 찔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장애인으로 살다가 숨을 거둔 반면, 정작 가해자인 베넷은 새 삶의 기회를 얻었다고 피해자의 가족은 분개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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