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세계 최대 원유 중개업체에 "러 석유 운송 그만" 요청
"비톨, 피 묻은 원유로 부당이득"…전쟁 후 3천800만배럴 선적 추정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원유 중개업체 비톨에 러시아산 원유 운송을 중단해 달라고 재차 간청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올레그 우스텐코 최고 경제 고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비톨에 전달했다.
우스텐코 고문은 러시아산 원유를 언제까지 선적할 것인지, 마지막 선적일까지 얼마나 많은 양을 더 운송할 것인지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다.
그는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를 해상으로 운송한 가장 큰 서방 무역회사가 바로 비톨"이라며 "그간 피 묻은 원유로 뻔뻔하게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비톨은 지난달 에스토니아 접경 러시아 우스트-루가항, 발트해 상트페테르부르크항, 흑해 노보로시스크항 등지에서 1천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선적했다.
또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톨이 러시아 항구에서 선적한 원유는 약 3천800만 배럴(32억1천만 달러·4조2천억원 상당)에 이른다.
러시아를 떠난 원유 운송선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등 유럽에 도착했으며, 이후 다시 인도 등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월에도 "무고한 국민의 삶을 앗아가는 데 쓰이는 자금 흐름을 끊어야 한다"며 비톨에 러시아와의 사업 거래 중단을 청한 바 있다.
이에 4월 비톨 측은 "올해 1월 이후 러시아산 원유 등에 대한 운송량을 약 80% 줄였고, 연말까지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며 "계약상 2분기부터는 러시아산 원유 취급량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톨은 또 "우리가 운송하는 러시아산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규정을 완전히, 투명하게 준수하고 있다"며 장차 러시아산 원유 수송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북극 유전 개발을 골자로 한 '보스토크 오일' 프로젝트에 지분을 소유한 비톨은 관련 지분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도 마무리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BP나 셸 같은 석유 대기업 역시 '관계 청산' 압박 속에 러시아 쪽 지분이나 자산을 앞다퉈 매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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