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재정] 국가채무 50% 중반서 통제…통합재정 대신 관리재정수지로
임기 내 국가채무비율 상승 폭, 5∼6%포인트로 제한
관리재정적자 비율 '3% 이내' 재정준칙 제시…재정 관리지표 변경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박원희 기자 =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 중반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당장 내년부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재정준칙도 통합재정수지보다 더 엄격한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변경한다.
정부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 국가채무, 역대 정부 평균 수준으로 통제…재정적자는 코로나 전 수준 목표
정부는 우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27년까지 50% 중반대에 묶어두기로 했다.
올해 연말 기준 49.7%(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로 예상되는 국가채무비율을 현 정부 임기 내에 5∼6%포인트 올라가는 규모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직전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비율 상승 폭(14.1%포인트)의 ⅓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그동안 빠르게 올라간 국가채무비율 상승 폭을 역대 정부 평균(5∼6%포인트)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획재정부 최상대 제2차관은 재정전략회의 브리핑에서 "국가채무의 절대적인 증가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GDP 대비 비율을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올해 5.1%(2차 추경 기준)로 예상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당장 내년에 3%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2.8%에 그쳤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5.8%로 급등한 후 줄곧 4∼5%대에 머무른 상태다.
◇ 재정준칙 지표, 통합재정수지→관리재정수지로…적자 40조∼45조원 추가 절감
재정을 통제하기 위한 재정준칙 역시 통합재정수지가 아닌 관리재정수지를 활용해 더욱 엄격하게 개편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와 달리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지표로, 나라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데 쓰인다.
GDP 대비 적자 비율도 관리재정수지가 통합재정수지보다 통상적으로 2%포인트가량 더 높다.
따라서 통합재정수지에서 관리재정수지로 관리 기준을 변경하면 올해 경상 GDP(2천180조원) 기준으로 대략 40조∼45조원(GDP의 2%) 정도 더 적자를 줄이게 되는 셈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재정준칙 산식도 복잡한 곱셈식에서 단순한 수지·채무 기준으로 바꾼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고정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수지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등 특수한 경우는 준칙 적용에 예외를 두지만, 이듬해 별도로 다시 재정 건전화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구체적인 준칙 확정안은 공청회 등을 거쳐 9월 초 발표한다.
확정된 한도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해 구속력을 확보한다.
시행 시점도 기존 정부안에서 제시한 2025년 이후가 아닌 법률 개정 직후로 앞당긴다.
아울러 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최대한 준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앞서 정부는 2020년 처음으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입법을 추진했으나, 관련 법은 햇수로 2년이 넘어가도록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존 재정준칙 산식[(국가채무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0]은 지나치게 복잡한데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구나 정부는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통합재정수지를 재정 관리 지표로 채택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추경 편성까지만 해도 통합재정수지를 재정 지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과적으로 1년 4개월여 만에 이런 방침을 뒤집은 셈이 됐다.
◇ 나랏빚 급증에 국가 신인도 '경고등'…"긴축 방향 불가피"
정부가 이처럼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한 것은 최근 나랏빚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약 1천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단 5년 만에 국가채무가 416조원 불어나는 셈인데, 이는 직전 5년간 국가채무 증가치(170조원)의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로써 올해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이와 함께 GDP 대비 정부 부채(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비율도 52.0%로 올라가면서 노르웨이·덴마크 등 비(非)기축통화국 평균치(5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다.
재정 건전성이 반영되는 국가 신인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1월 "재정적자 확대 등 기존 재정 기조를 유지할 경우 한국의 중기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대로 적자가 누적된다면 실제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외국 자금 이탈, 국채 금리 급등 등의 부작용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 차관은 "지금까지 과다하게 운영돼 왔던 확장적 재정 운용을 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하면서 긴축 (재정) 방향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긴축 전환으로 경기 대응 여력이 줄어든다는 지적에는 "새 정부 경제정책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해)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기조"라며 "경제 회복 과정에서 정부의 기여를 지금까지 해왔던 수준보다 조금 줄이고, 그런 여력을 지속 가능한 재정 확립에 더 투입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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