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각 줄사퇴로 붕괴 위기…존슨 총리에 전방위 사임 압박(종합)
하루 전 임명된 장관도 물러나라고 권고…보수당 불신임 재투표 추진
존슨 "사임 안한다" 일단 버티기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백척간두에 서서 전방위 쏟아지는 사임 압박에도 버티고 있다.
내각이 줄사퇴로 붕괴할 위기이고 신임투표를 다시 치르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측근들은 투표로 내쳐지기 전에 물러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6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서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로 받은 막중한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존슨 총리의 단호한 입장과는 달리 전망은 어둡다.
보수당은 총리 신임투표를 꺼내들어 몰아붙이고 있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는 재투표를 위해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신임투표 통과 후 1년이 지나야 다시 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는 일단 바꾸지 않기로 하는 대신 11일 임원을 새로 선출하기로 했다. 새로운 임원들이 규정 변경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불과 한 달 전 신임투표를 간신히 통과해서 자리를 보전했는데 성 비위 측근 인사 문제와 거짓말 논란으로 인해 임기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건은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가 지난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성추행하면서 시작됐다.
핀처 부총무의 전력을 알면서도 존슨 총리가 올해 초 요직을 맡기고 힘을 실어줬다는 점, 이후 대응에서 자꾸 말을 바꾸며 거짓말을 한 의혹이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가 됐다.
핵심 장관인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부 장관이 거의 동시에 '존슨호'에서 하차하고 나자 봇물이 터지듯 수십명이 줄줄이 사퇴했다. 이대로라면 정부 운영이 마비될 상황이다.
그러자 측근들이 투표로 내쳐지는 대신 품격 있는 퇴장을 선택하라고 권하는 분위기다.
측근으로 꼽히던 마이클 고브 주택부 장관이나 바로 전날 임명된 나딤 자하위 재무부 장관조차 존슨 총리에게 사퇴를 권했다고 알려졌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존슨 총리가 조기총선을 선언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영국 언론들도 사설과 칼럼을 통해 존슨 총리에게 퇴장을 종용하고 있다.
보수지인 더 타임스는 '보리스 존슨 총리 위치에 관한 더 타임스의 시각: 게임 오버'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고 텔레그래프지는 '존슨 총리를 위해서 빨리 끝내야 한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언론에는 이미 차기 총리 후보감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부터 유력하게 꼽히던 수낙 장관, 그와 함께 탈출하며 사실상 차기 총리 도전장을 낸 자비드 전 장관,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 벤 월러스 국방부 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부 장관 등이 있다.
3년 전 존슨 총리와 막판까지 경합한 제러미 헌트 의원,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 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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