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곡물 운송로 재개 난항…기약없는 식량난
튀르키예·유엔 협상 중재…러 식량 무기화 전략으로 타결 난망
흑해 봉쇄 풀려도 기뢰 제거·저장고 수리 등에 시간 걸려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막혀 전 세계적인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로가 단기간에 다시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4위의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운송 재개가 절실해짐에 따라 튀르키예(터키)와 유엔이 나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을 중재하는 등 국제사회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유엔과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하는 방식에 대한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5일 유엔과 함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곡물 운송로 협상'을 중재하는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앞으로 1주일, 혹은 10일 이내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계속 대화하고 있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그리고 유엔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주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가 묶여 세계 식량안보에 잠재적인 재앙이 되고 있다며 "우리의 밀, 옥수수, 식물성 기름과 다른 제품을 수출할 수 없다는 건 불행히도, 수십 개 국가가 식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2천200만t의 곡물이 저장고에 있지만 국제시장에 제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며 봉쇄 사태가 지속되면 올가을에는 7천500만t의 곡물이 쌓여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저장고 등 주요 농업 기반 시설을 폭격해 대량의 식량을 소실시키고 흑해의 항구를 봉쇄해 세계 곡물 시장에 대한 공급을 차단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이미 흑해 봉쇄 계획을 수립하고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서방 분석가들은 본다.
러시아는 식량 무기화를 통해 국제사회를 분열시키고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해 서방과의 전쟁을 유리하게 몰고 가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식량 통제를 제재 완화와 휴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목적인 만큼 전쟁이 끝나기 전에 흑해 봉쇄를 풀어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극적으로 곡물 운송로 재개 협상이 타결되거나 전쟁이 끝난다 해도 곡물 운송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우크라이나가 흑해 운송로를 통해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 전에 항구 주변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고, 파괴된 곡물 저장고를 수리해야 하며 아울러 곡물을 운송하는 배의 선주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송 선박에 대해 보험사는 기뢰와 러시아의 폭격 우려 때문에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기존보다 훨씬 더 높은 보험료를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항구를 봉쇄하자 최대 항구인 오데사를 방어하기 위해 연안에 대량의 기뢰를 설치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흑해 항구 주변 해역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풀어도 적어도 반년은 곡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곡물 운송로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세계 식량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농업 기반시설을 복구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앞으로 2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의 올해 곡물 수확량은 전쟁 여파로 지난해의 60%에 머물 것으로 서방 당국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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