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관 맞나?"…주멕시코 美대사, 현지정권 밀착 논란

입력 2022-07-06 11:39
수정 2022-07-06 13:37
"미국 외교관 맞나?"…주멕시코 美대사, 현지정권 밀착 논란

'부정선거 주장 시위선동 전력' 멕시코 현 대통령 두둔

정부 공식 입장조차 뒤집어…미 일각서 "선 넘었다" 비판 고조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가 현 멕시코 대통령과 지나치게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미국 정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켄 살라자르(67) 주멕시코 미 대사는 작년 9월 부임 이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현 멕시코 대통령에 지나치게 경도된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2006년 멕시코 대선 개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것이 가장 대표적 사례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과거 2006년 대선에 좌파 민주혁명당(PRD) 후보로 출마했다가 중도 보수 성향의 펠리페 칼데론 당시 국민행동당(PAN) 후보에게 1%포인트도 안 되는 차이로 패배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거리 시위를 주도했다.

이와 관련해 멕시코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모두 부정선거가 아니었다고 오래전 결론 내렸는데도 살라자르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선거가 깨끗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멕시코 선거관리위원장을 공관으로 초대한 것과 관련해 NYT에 "(2006년 대선과 관련해) 부정이 있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부정선거 주장과 관련해 자국 정부의 공식 입장까지 뒤집어가며 오브라도르 대통령 편에 서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살라자르 대사는 이밖에도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현지 반부패 비영리단체가 미국의 자금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으로부터 공격 대상이 됐을 때도 오히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해당 단체 창립자가 정치에 관여할 목적으로 "(현 정부의) 부적절한 모습을 꾸며냈다"고 믿는다면서 관련 근거가 확보되면 미국 정부의 자금지원을 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라자르 대사는 심지어 해당 단체 지도자를 최근 불러내 정치에 비밀리에 관여하고 있지 않은지 따져 묻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미국 정부 등을 상대로 독설을 쏟아내는 장소로 활용하는 일일 기자회견에 동석할 것을 요청했을 때도 참여를 원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에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가 통제를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현지 재생에너지 산업 등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이 심각한 손실을 볼 상황에서 "(멕시코) 대통령이 옳다"고 발언했다가 뒤늦게 수습하기도 했다.

이에 미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내무장관을 지낸 살라자르 대사가 '같은 편 외교'를 지나치게 앞세우다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살라자르 대사와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정말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는지도 불투명하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지난달 초 미주정상회의를 보이콧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혹스러운 상황이 됐을 때도 살라자르 대사는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덩컨 우드 전략담당 부사장은 "주멕시코 미 대사는 자기가 암로(AMLO·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와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정작 미 행정부는 암로에게 놀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