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최고 관측소 덮은 눈, 역사상 가장 빨리 녹았다

입력 2022-07-06 11:25
알프스 최고 관측소 덮은 눈, 역사상 가장 빨리 녹았다

전문가들 "이탈리아 돌로미티 빙하 붕괴 원인은 기후변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 빙하 붕괴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된 가운데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관측소 주변의 눈이 이례적으로 빨리 녹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프스산맥 해발 3천106m 지점에 있는 오스트리아 존블리크 관측소 주위를 덮은 눈이 며칠 내에 완전히 녹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블리크 관측소와 돌로미티산맥 사고 장소인 해발 3천343m의 마르몰라다 정상 사이 직선거리는 약 110㎞다.

1886년 기후와 대기를 연구하기 위해 세워진 존블리크 관측소에서는 해마다 다른 속도로 눈이 녹았다. 이전에 눈이 가장 빨리 사라진 해는 1963년과 2003년으로 8월 13일에야 땅의 모든 표면이 드러났다. 올해는 이보다 한 달이나 빠르게 눈이 녹는 셈이다.

기상학자인 알렉산더 올리크는 가디언에 "지난달 30일 관측소 눈 두께는 39㎝였는데, 과거에는 이 무렵 평균적으로 약 3m 높이의 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측소 눈은 여름에도 녹지 않을 때가 있다"며 "눈이 완전히 녹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지구 전체가 겪고 있는 온난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며, 최소 7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돌로미티산맥 빙하 붕괴 참사 요인도 기후변화와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빙하 연구자인 브라이언 메노노스 노던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AP에 "빙하는 따뜻해진 기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며 "그 반응은 오랫동안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번 사고처럼 끔찍한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지구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19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 사이에 알프스산맥 기온은 지구 전체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다.

이탈리아를 포함하는 지중해 분지는 기후변화 현상이 심각한 곳으로, 빙하도 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구온난화 외에 적은 강수량이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탈리아 북부는 7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Po) 강은 상당수 지류가 마른 상태다.

눈이 적게 내리면 얼음이 대기에 노출되고, 얼음 표면에 불순물이 섞여 탁하게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굴리엘미나 디올라이우티 밀라노대 교수는 AP통신에 사진 속 마르몰라다 빙하 가운데 3분의 2의 표면이 다소 더러운 것으로 볼 때 공기 중에 노출돼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최대 과학기술 지원 기관인 국가연구위원회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로베르타 파라누치오는 "눈과 얼음은 기온 상승에 매우 민감하다"며 "이 같은 사고는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국가연구위원회는 마르몰라다 빙하 면적이 수십 년간 줄어들었으며, 25∼3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AP는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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