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 아니다'…폴란드, 옆나라 전쟁에 학교·직장서 군사훈련
9월부터 학교서 이론·실전 수업…송전회사 "모든 직원에 사격 가르칠 것"
사격훈련 관심도 늘고 의회선 총기규제 완화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옆 나라 우크라이나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위기감을 느낀 폴란드가 학교부터 직장에 이르기까지 군사훈련을 도입하는 등 전쟁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폴란드 사회 곳곳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군부대를 넘어 기업이나 학교 등지에서 혹시 모를 전쟁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이는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민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총기를 들어 정규군을 지원한 시민군 모델에 영감을 받아 이를 벤치마킹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WP는 해설했다.
폴란드 학교에서는 이르면 9월부터 체계적으로 군사 이론과 실전 수업이 진행된다.
초등학교 8학년 때는 이론 수업을 듣고, 9학년(중학교 과정)은 전술·실전 훈련을 하는 식이다.
폴란드 학교에서 8학년과 9학년은 우리나라에선 중학교에 다니는 나이다.
수업에는 가상현실(VR) 기술이 동원되고, 실제 사격훈련도 과정에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프셰미슬라프 차르네크 폴란드 교육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 만약 장관이 초등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을 들으라고 제안했다면 비웃음을 샀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목격한 것과 이 전쟁이 잔혹하게 치러진 방식을 보면 그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아이들을 군사화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와) 갈등이 고조될 경우 안전과 안보를 확보하는 데 유용할 기술을 익힐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직원에게 무기 다루는 법을 가르치려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폴란드 국유 송전회사 전력망공사(PSE)는 올가을부터 근무시간이 끝나면 수백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무기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리크 클로소프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한 지 며칠 뒤 간부들에게 이같은 요청을 전달했다고 한다.
클로소프스키 CEO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전사적으로 훈련을 강화하고 모든 이가 총 쏘는 법을 배우면서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격술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민간인에게 서바이벌 요령과 무기 조작술 등을 가르치는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자신이 안전하게 살고 있으며 군대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폴란드 의회는 민간인의 총기 획득을 더 쉽게 하도록 현행 총기규제법 완화에 나섰다.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한 우파 정당 '쿠키스15' 소속 야로슬라프 사하이코 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이뤄진 무기 훈련이 어떻게 러시아에 대항하도록 도와줬는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폴란드에선 10만명당 총기 2.51개를 보유하고 있어 총기 보유율이 높은 편이 아니다. 이는 프랑스의 19.61개와 미국의 120개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또 폴란드 영토방위군에 자원입대 신청이 늘었고, 2009년 폐지된 징집제를 일부 복원하자는 상당수 시민의 목소리가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때 나토에 대응해 바르샤바조약 일원이었던 폴란드는 수십년간 구소련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유럽에서 러시아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하는 국가가 됐다.
지난달 22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로 본다는 폴란드 응답자는 2018년 65%에서 4년 만에 94%로 늘었다.
인근 국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오래간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으로 기울었고 방위군 입대 희망자가 크게 늘었다.
구소련 일부였던 발트국 리투아니아에서는 총기 판매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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