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후퇴, 고통은 덜하겠지만 단기간 끝나지는 않을 것"

입력 2022-07-04 17:58
"미국 경기후퇴, 고통은 덜하겠지만 단기간 끝나지는 않을 것"

"2008년 금융위기·80년대초 더블딥 때보다는 상황 나아"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미국이 경기후퇴에 빠지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고통이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단기간에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말까지 미국이 경기후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에 경기후퇴가 일어나면 2007∼2009년의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후퇴와 1980년대 초의 더블 딥(경기후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경기가 후퇴하는 현상)보다는 고통의 강도가 훨씬 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198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인플레이션이 당시처럼 미국 경제나 미국인들의 심리에 뿌리내린 상태가 아니었으며,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소비자, 금융권, 주택시장 상황이 더 양호한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경기후퇴가 발생하더라도 1980년대 초나 금융위기 때처럼 실업률이 두 자릿수까지 급증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결과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2007년 말 13.2%에 달했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결과로 1분기에 9.5%에 그쳤다.

은행들도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재무 건전성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부동산·주가 폭락과 실업률 급등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에도 견딜만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주택시장은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향을 받고 있지만, 투기적 자금이 집중되면서 공급이 급증했던 2006∼2007년보다는 양호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 역시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와 이민자 감소 등으로 인력난을 경험한 기업들이 감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큰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8개월 만에 끝난 1990∼1991년과 2001년의 경기후퇴 때보다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경기에 영향을 주더라도 인플레를 잡을 때까진 통화 긴축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에 침체가 발생하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 애널리스트 출신의 로버트 덴트 노무라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4분기부터 시작돼 내년까지 -2%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다면서 아주 고통스럽지는 않겠지만 경기후퇴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경기후퇴가 어떤 모습을 보이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많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차대전 이후 발생한 십여 차례의 경기침체를 보면 지속 기간은 평균 10개월이었으며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2.5% 감소했다.

또한 실업률은 3.8%포인트 상승하고 기업이익은 15% 줄었다.

아무리 가벼운 경기후퇴의 경우에도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주식시장은 추가 하락의 고통을 맛볼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도 역시 추가 하락할 수 있다.

사모펀드 업계의 베테랑인 스콧 스펄링은 자신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예닐곱 차례의 경기후퇴를 경험했다면서 매번 양상은 어느 정도 달랐지만 느끼는 고통은 똑같았다고 말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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