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무역적자에 비상 걸린 정부, 수출 총력지원…기업도 자구책 모색
휴일 비상경제장관회의서 수출 지원책 발표…13일엔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
수출 둔화·'3高'·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기업들도 비상경영체제 검토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박성민 김철선 이영섭 기자 =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기업 모두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휴일에 경제 부총리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수출 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다음주에는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무역수지 적자 해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수출 둔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까지 복합 위기가 대두하면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 상반기 최악 무역적자에 하반기 수출도 낙관 어려워…정부 지원책 발표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은 3천503억달러, 수입은 3천606억달러로 무역수지는 103억달러(약 1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월별로 보면 4~6월 석 달 연속 무역적자를 보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석 달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또 6월에는 수출 증가율이 5.4%에 그쳐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보였다.
수출액은 역대 최대 규모지만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관련 수입액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여름철 에너지 수요 확대와 고유가 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연간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면 2008년(-132억7천만달러)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에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경제 상황 및 대응 방향과 수출입 동향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추 부총리는 "세부 내역과 향후 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반기 수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무역금융 연간 공급 규모를 연초 목표보다 40조원 증가한 301조원 이상까지 확대하고 기업의 수입선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수입보험도 1조3천억원 규모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물류 지원을 강화해 "국제 해상운임이 안정될 때까지 월 4척 이상의 임시선박을 지속해서 투입하고 중소기업 전용 선복도 주당 5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늘려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의 수출 기회를 늘리기 위해 하반기부터 2천500여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수출상담회와 80회 이상의 무역사절단 파견도 진행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이어 오는 13일에는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무역수지 적자 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 삼성·SK·LG, 사장단 소집해 자구책 고심…비상경영체제 검토도
수출 둔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에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까지 복합 위기가 닥치면서 국내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이달 중 국내에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어 글로벌 전체 전략을 점검한다. 앞서 삼성과 SK, LG 등 기업들은 지난달 일제히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최근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 현안을 점검하고 복합위기 대응책을 논의했다.
자금력이 뒷받침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보다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이 비교적 덜한 편이지만, 전례 없는 복합위기 상황에 일부는 '비상경영체제' 전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종별로는 그간 한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업계에서 위기감이 나날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들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주력으로 삼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IT(정보통신) 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고 경기침체를 우려한 클라우드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고객사들과 3분기 장기거래 계약을 협상 중인 메모리 기업들은 가격 하락 폭을 최대한 억제하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세계 경기를 따라 움직이는 만큼 하반기 실적 우려가 더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고부가 제품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공급망 관리 등을 통해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수출 산업인 자동차 업계도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이 심상치 않게 지속되자 수익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원자재 수입선이나 가격 관리 및 방향 설정 등 대응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최근 만들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공급을 훌쩍 넘어서면서 다른 업계에 비해 다소 나은 상황이지만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소비 심리까지 크게 위축돼 매출 등에 영향을 미칠까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들은 자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대책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동향 6월호' 자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 금리 인상, 물가·환율 상승세 등 환경적 위험 요인은 중소기업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단기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며 "정책 당국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 업계는 수출입 물류난 해결을 위해 운임지원 확대와 선복(선박 적재용량)·컨테이너 확보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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