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아르헨티나, 경제장관 돌연 사임으로 위기 가중

입력 2022-07-03 10:16
'경제난' 아르헨티나, 경제장관 돌연 사임으로 위기 가중

경제부 고위직도 동반 사임…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경제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직서 전문을 올렸다.

구스만 장관은 그러면서 "아르헨티나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 비전에 깊은 신념과 확신을 갖고,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주체적인 조국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39세 구스만 장관은 페르난데스 정권 초기인 2019년 12월부터 줄곧 경제장관직을 맡아 국제통화기금(IMF) 등과의 부채 협상 등을 주도했다.

그는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의 협상을 위해 유럽 방문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장관이 사임한 후 경제부 고위 공무원들도 대거 동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구스만 장관의 사임으로 연 60%를 웃도는 물가 상승률로 신음하는 아르헨티나 경제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번 사임은 중도좌파 정부·여당 내의 내홍과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날 구스만 장관의 사직서 트윗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의 연설 도중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내에 강경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 대표 격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이날 페론 전 대통령을 기리는 행사 연설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2007∼2015년 대통령을 지내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이 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구스만 장관의 경질을 요구해왔다.

부통령은 IMF 등에 대한 외채 상환을 중단하고 긴축 대신 사회지원 확대로 민심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구스만 장관은 경제 정상화를 위해선 외채 협상을 타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재정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비교적 온건 페론주의자로 꼽히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줄곧 구스만 장관의 입장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장관의 이번 사임은 대통령에게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이르면 3일 새 경제장관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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