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25주년] 시진핑 "애국자의 홍콩통치 흔들려선 안돼"(종합2보)

입력 2022-07-01 17:30
수정 2022-07-01 19:10
[홍콩 반환 25주년] 시진핑 "애국자의 홍콩통치 흔들려선 안돼"(종합2보)

반환 25주년 기념식 연설…'일국양제' 20회 언급하며 "장기적으로 견지"

"홍콩 주민은 사회주의제도 존중하고 수호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한종구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홍콩의 통치권을 애국자가 확고히 장악하는 것은 홍콩의 장기적인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이며, 그 어느 때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 겸 홍콩 특별행정구 6기 정부 출범식에서 약 33분간 행한 연설을 통해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 주석은 "정권은 애국자의 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치법칙"이라며 "세계 어떤 나라나 지역, 국민도 비애국적이고 심지어 매국적·반역적이기까지 한 세력과 인물에게 정권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는 홍콩의 행정과 입법 등 정치 영역에 반중 또는 반 중국공산당 세력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원칙에 따라 홍콩의 선거제도가 전면 개편돼 공직선거 출마자 자격심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의회인 인법회의 직접 선출 의석수가 35석에서 20석으로 축소됐다.

선거제 개편 후 처음 치러진 작년 12월 입법회(의회) 선거에서는 친중진영이 90석 중 89석을 차지했다.

결국 시 주석의 '애국자 홍콩 통치' 강조는 2019년 홍콩인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표출됐던 자유주의 세력의 홍콩 정치 개입을 차단할 것이며, '홍콩의 중국화'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홍콩 반환 25년 사이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港人治港·항인치항) 약속이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愛國者治港·애국자치항)로 바뀐 것이다.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 당일 같은 장소에서 당시 장쩌민 국가주석은 연설을 통해 "중국은 앞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항인치항(港人治港), 고도 자치 정책을 확고히 이행하고 홍콩의 고귀한 사회·경제체제와 생활방식, 기존 법률을 기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반드시 일국양제 방침을 전면적이고 정확하게 관철해야 한다"며 일국양제를 "바꿔야 할 어떤 이유도 없고 반드시 장기적으로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 수호가 일국양제 방침의 최고 원칙이라는 전제 아래 홍콩·마카오는 기존의 자본주의 제도를 장기간 그대로 유지하고 고도의 자치권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 제도이며, 중국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며 "(홍콩) 특별행정구 모든 주민은 국가의 근본 제도를 자각하고 존중하고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국'의 원칙이 확고할수록 '양제'의 이점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정부는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해 전면적 통치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특별행정구 고도 자치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20차례나 일국양제를 거론하며, 장기간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지만 그와 동시에 '중국식 일국양제'가 서방이 말하는 일국양제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국양제는 중국 본토가 홍콩, 마카오, 대만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허용한다는 취지다.

중국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50년간 홍콩의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기로 한 '중국·영국 간 홍콩반환협정'에 일국양제 기조가 반영돼 있다

이에 대해 서방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 시절 유지했던 민주주의 정치체제 및 시장경제를 50년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라고 인식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19년 홍콩 주민들은 논란이 있던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는데 베이징은 국가안보법으로 대응했다"며 "이 법은 지난 2년간 홍콩 주민의 권리와 자유를 해체하고 자치권을 침식하는 토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콩의 지도자들은 독립적 언론 기구를 급습했으며 민주적 제도를 약화시켰고 선거를 지연시키고 현직 의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충성 서약도 제도화했다"면서 "그들은 이 모든 일을 홍콩 사람들이 약속받은 것을 빼앗기 위해 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홍콩 반환 후 중국 정부가 홍콩을 통치하는 법적 근거는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이라며 홍콩반환협정의 위상과 효력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일국양제 위배 논란에 대해 홍콩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홍콩 사회를 '안정화'함으로써 일국양제를 오히려 공고히 했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선거제 개편에 앞서 2019년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해 시작한 시위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지면서 최대 200만 명이 동참하자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해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홍콩의 독특한 지위와 강점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는 홍콩이 장기간 독자적인 지위와 강점을 유지하고 국제금융, 해운, 무역의 중심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개방성'을 유지함으로써 탈홍콩을 검토하는 외국 자본을 안심시키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우리는 청년들에게 각별히 관심을 갖고 사랑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국가와 세계 발전의 대세를 깊이 인식하고 민족적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갖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청년이 학업, 취업, 창업, 주택 구입에서 직면한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돕고 그들이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반정부 시위의 주도 세력이었던 홍콩 청년들의 경제와 생활상의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체제 순응을 유도하려는 의중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행사 참석을 위해 전날 홍콩을 찾았다. 2017년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식 참석에 이어 5년 만의 홍콩행이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1월 이후 893일 만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를 벗어난 행보였다.

아울러 시 주석의 이번 홍콩 방문은 자신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가을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 10년간의 본인 집권기에 홍콩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공고히 한 것을 '업적'으로 부각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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