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사할린-2' 운영자 교체 방침에 일본기업 등 피해 우려

입력 2022-07-01 13:03
러, '사할린-2' 운영자 교체 방침에 일본기업 등 피해 우려

운영권리 인수할 새 법인 설립…기존 외국 투자자 지분 인수 심사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응해 극동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외국 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1일 인테르팍스 통신과 러시아 극동 지역 매체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현재 사할린-2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할린에너지'의 모든 권리와 자산 등을 인수할 새로운 러시아 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특정 외국·국제기관의 비우호적 행동에 관한 연료, 에너지 분야 특별경제 조치에 관한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새 법인 지분 절반은 공동 운영에 참여하는 가스프롬 사할린 홀딩 LLC 등이 갖는다.

나머지 지분은 기존 사할린에너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 석유기업 셸(27.5%)과 일본 미쓰이물산(12.5%), 미쓰비시상사(10%) 등이 보유 지분에 비례해 받을 수 있다.

새 법인은 사할린에너지에 소속된 모든 직원도 승계한다.

다만 셸 등 외국 투자자들은 한 달 이내에 새 러시아 법인 지분 인수를 요청해야 하며, 러시아 정부가 가능 여부를 승인할 방침이다.

만약 외국 투자자들의 요청이 불허되면 러시아 정부는 해당 지분을 러시아 회사에 매각하고 외국 투자자 명의로 된 특별계좌에 금액을 예치한다.

또 외국 투자자들이 생산물분배계약(PSA)에 근거해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안 재정, 환경 등 분야에서 벌인 활동을 점검하고 피해액을 산정할 예정이다.

이후 특별계좌에 예치한 지분 매각 대금에서 러시아 정부가 산정한 피해액을 제한 뒤 남은 금액만 외국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이처럼 외국 기업들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러시아 정부의 사할린-2 프로젝트 통제 방안은 우크라이나 사태 후 서방 제재가 이어지자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앞서 지난달 초 러시아 의회는 서방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일본에 맞대응하기 위해 사할린-2에 참여하는 일본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에너지위원회 파벨 자발니 위원장은 "일본은 미국 등 서방과 함께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고 우리는 손실을 봤다"며 "동시에 일본은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생산 자원 등을 모두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셸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에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할린-2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지역 사할린에서 석유·천연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이 프로젝트로 수출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는 각각 1천41만t과 416만t 규모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셸은 프로젝트 철수 의사를 밝혔고, 중국 기업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반면 일본은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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